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내국세 연동 구조에서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교육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이례적으로 높은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반영되는 초기에는 교부금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지만, 성장률이 정상화되고 학령인구 감소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급식비, 시설비 등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고정지출이 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특수교육과 다문화학생 지원, 학생 정신건강, 인공지능(AI) 교육 등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응할 재정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내국세 20.79% 연동 폐지…성장률·학령인구 반영
정부가 발표한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 구조가 폐지된다. 대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의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교부금 총액을 산정한다.
정부는 새 산식을 적용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26년 75조7000억원에서 2027년 78조9000억원, 2028년 84조3000억원, 2029년 90조1000억원, 2030년 92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5.2% 수준이다.
다만 연도별 증가 폭에는 차이가 있다. 교부금은 2027년 3조2000억원(4.2%), 2028년 5조4000억원(6.8%), 2029년 5조8000억원(6.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030년 증가분은 2조6000억원으로 증가율이 2.9%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12.3%로 전망된 높은 경상성장률이 최근 3년 평균치에 반영되는 동안에는 교부금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지만, 해당 효과가 사라지는 시점부터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30년 예상 증가분인 2조6000억원은 2024년 교육재정의 인건비 증가분인 2조8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 교육재정 74%가 고정지출…인건비만 53조원
교육계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우려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교육재정에서 고정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 있다. 학생 수가 줄더라도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시설 유지비 등은 같은 비율로 감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시·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출결산액 95조4537억원 가운데 고정지출은 74.3%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인건비가 53조9333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건비를 제외해도 목적사업비를 뺀 학교운영비가 7조8243억원, 급식비가 4조7636억원이었다. 교육비 지원에는 4955억원, 민간투자사업인 BTL 임대료와 운영비 상환에는 6925억원이 투입됐다. 학교 신·증설비도 3조2452억원에 달했다.
현재 시·도교육청은 세수 감소로 교부금이 줄어들면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고, 이후 세수 호황으로 교부금이 늘어나면 이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호황기에 늘어난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 적립한 뒤 세수가 감소하는 시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교육청이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의 변동성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면서 경기 호황기와 침체기 사이의 재정 격차를 완충해 온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부금 산정 구조가 바뀌면 이 같은 재정 조절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교부금 감소하면 차액 보전”
정부는 새 산식으로 산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도 총액보다 줄어들 경우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부금 총액 감소를 방지하는 내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국세가 경기와 세수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데 비해 경상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만큼, 새 산식을 적용하면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변화율을 전부 적용하지 않고 35%만 반영한 것도 교직원 인건비 등 교육지출이 학생 수 감소에 맞춰 즉시 줄어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전년도 명목 총액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부금이 전년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선호 본부장은 “지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경상성장률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교부금 산식을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경기 변동에 대비할 안전망이 없을 수 있다”며 “기존에는 세수가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교육청이 재정을 평탄화할 여력이 있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그런 여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년도 수준의 교부금을 유지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가 누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히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수준의 안전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학령인구 줄어도 새로운 교육수요는 증가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와 다문화학생,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위한 지원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학생 정신건강과 기초학력 보장, 독서교육을 비롯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과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후 학교시설 개선과 돌봄 확대 등에도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세입이 제한돼 있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존도가 높다. 교부금 증가 폭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반영되면 기존 교육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본부장은 “시·도교육청은 자체 재원이 없어 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 증가 폭이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제한되고 학생 수 감소까지 반영되면 새로운 교육혁신을 시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