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소수종교의 날 맞아 故 샤바즈 바티 장관 유산 재조명

국제
중동·아프리카
다니엘 최 기자
press@cdaily.co.kr
신성모독법 반대하다 암살된 첫 기독교인 장관… 공직 할당제 등 제도적 기틀 평가
파키스탄 연방 소수종교부 장관이자 자국 최초의 기독교인 각료였던 샤바즈 바티(Shahbaz Bhatti)가 생전 한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바티는 지난 2011년 3월 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암살됐다. ©YouTube Screenshot / France 24 English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이 8월 11일(이하 현지시각) 국가 소수종교의 날을 맞은 가운데, 파키스탄 최초의 기독교인 연방 장관이었던 고(故) 샤바즈 바티의 입법 성과와 유산이 정치권과 교계를 중심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파키스탄 건국 이래 소수종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가장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바티 장관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 남용에 반대하다 지난 2011년 3월 암살당하며 국제사회에 종교적 자유 수호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교계와 정치권에서는 그가 생전 이룩한 소수종교 인권 보호를 위한 입법 조치들이 그의 진정한 유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직 할당제 및 상원 의석 확보 등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바티 장관은 의원 시절 기독교, 힌두교, 시크교 등 파키스탄 소수종교 공동체를 위한 다수의 제도적 개혁을 이끌었다. 2009년 파키스탄 인민당(PPP) 주도 정부를 설득해 8월 11일을 '국가 소수종교의 날'로 공식 지정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날은 1947년 파키스탄 국부 무함마드 알리 진나가 신앙에 따른 시민권 차별 금지를 선언한 날이다. 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매년 이날을 기념하며 종교적 자유 보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연방 정부 공직의 5%를 소수종교인에게 할당하는 정책을 도입해 공공기관 내 소수자 대표성을 확대했다. 파키스탄 상원에 비무슬림을 위한 4석의 예비 의석을 영구적으로 확보한 것도 그의 핵심 성과다. 과거 그와 함께 활동했던 타히르 나비드 초드리 전 펀자브주 의원은 이 같은 조치가 소수종교인이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를 넘어 국가 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바티 장관은 타 종교 간 대화 장려, 교과서 내 편협한 종교적 내용 삭제 등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10년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를 공개적으로 변호하며 허위 고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로 인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표적이 된 그는 2011년 파키스탄 탈레반 연계 무장 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잇따른 종교 차별과 신성모독법 악용… 남겨진 과제

바티 장관이 남긴 개혁 법안들은 현재 파키스탄 소수종교 권리 보호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전 동료들은 그가 근절하고자 했던 종교적 차별이 여전히 심각한 현안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 내 기독교 등 소수종교 공동체는 헌법상 보장된 시민권에도 불구하고 예배당 공격, 강제 개종, 미성년자 강제 결혼 및 신성모독법 악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파키스탄 소수자 동맹(MAP)의 아크말 바티 의장은 5% 공직 할당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수의 정부 부처가 소수종교인 채용 공고를 투명하게 내지 않거나, 채용을 하더라도 전문직이 아닌 하위직에 편중 배치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2023년 연방 정부가 소수종교 인권 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소수종교인 전용 공무원 특별 시험을 시행한 점을 언급하며 향후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성모독법의 악용 방지 역시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초드리 전 의원은 조작된 신성모독 혐의로 여전히 수백 명이 수감되거나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며, 파키스탄 정부 차원에서 허위 고발자를 엄벌하는 강력한 입법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키스탄 교계는 바티 장관이 애써 마련한 입법적 성과가 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법 집행과 지속적인 정치적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