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선행, 개신교와 만나다

도서 「선행, 개신교와 만나다」

“오직 은혜”,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개신교의 핵심 교리는 종종 우리 삶의 ‘선행’을 구원과 무관한, 심지어 공로주의의 산물로 치부하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을 ‘은혜’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며, 기독교는 세상으로부터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자”라는 뼈아픈 지탄을 받게 되었다.

신간 『선행, 개신교와 만나다』는 이처럼 개신교 내에서 부수적이고 때론 부정적으로 왜곡되어 온 ‘선행’의 의미를 성경과 역사적 전통을 통해 올바르게 회복하려는 치열하고도 실제적인 신학 서적이다.

“문제는 시청각입니다. 듣는 복음과 보는 삶이 다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도의 한 목회자의 고백은 현대 개신교의 가장 뼈아픈 현실을 꼬집는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시청각입니다. 우리가 설교할 때 인도인들이 듣는 것을 그들이 우리 삶에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맥콜 등 세 명의 신학자가 공저한 이 책은 신학적으로는 선행을 경계하면서 실천 현장에서는 선행을 전제해야 하는 교회의 모순을 직시한다. 이들은 루터교, 개혁파, 성공회 등 고전적 개신교 전통과 성경신학적 기초를 파고들며, 선행은 결코 칭의(의롭다 하심)와 대립하는 공로주의가 아님을 논증한다. 오히려 선행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열매’이자 참된 복음 그 자체의 일부다.

은혜(카리스)의 진짜 의미: 값없는 선물과 합당한 응답

바울이 말한 ‘은혜(카리스)’는 흔히 아는 ‘받을 자격 없는 일방적인 호의’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저자들은 1세기 당시의 헬라-로마 문화의 후원 체계를 빌려와, 은혜에는 후원자(하나님)의 호의와 더불어 의뢰인(우리)의 ‘필요하고 합당한 보답(감사와 순종)’이라는 상호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하나님께 일방적인 은혜를 받아 칭의를 얻은 자는 동시에 거듭나 새 생명을 시작하며, 마땅히 “새 순종”의 삶, 즉 선행을 살도록 기대를 받는다. 이웃(특히 고아와 과부)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삶의 변화(회개)가 동반되지 않은 예배와 제사는 하나님 앞에 가증한 위장에 불과하다는 구약 선지자들의 일갈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세상을 향해 문을 여는 실천적 긍휼 사역

이 책은 단순한 신학적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아프리카복음교회(AGC)의 전도와 긍휼 실천 사역, 노숙인들을 ‘극복자들’이라 부르며 교회 문을 열었던 작은 교회(테이블오브그레이스교회)의 사례 등 목회적, 실천적 종합을 통해 선행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선행, 개신교와 만나다』는 값싼 은혜에 취해 삶의 순종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에 울리는 시의적절한 경종이다.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의 깊이를 찬양하면서도 사랑과 긍휼의 실천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의 삶을 회복하기 원하는 모든 성도와 목회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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