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 사역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선하고 아름다운 행위이자, 복음을 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접촉점이다. 그러나 선교 현장의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예상치 못한 갈등, 관계의 붕괴, 그리고 맘몬(물질)의 유혹 앞에서도 선교사들은 과연 온전한 복음의 통로로 서 있을 수 있을까?
신간 『선교사와 긍휼 사역』은 단순한 설문조사나 학자들의 책상 위 이론을 넘어,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대끼며 눈물 흘리는 53명의 선교사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실천적 선교 지침서다.
책상 위 이론이 아닌, 53인의 생생한 심층 인터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선행 연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근거 이론(Grounded Theory)’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현장 선교사들의 내밀한 목소리를 직접 추출해 냈다는 점이다.
“실제 삶 속에서 부대끼며 선교 현장에서 치열하게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그 아픈 내면 속 이야기, 울고 있는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저자는 단계적인 상호 작용 코딩과 비교 분석을 거쳐, 선교사들이 긍휼 사역 중 겪는 다양한 어려움의 실체가 무엇이며 그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고 있는지를 치밀하게 이론화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맘몬의 유혹과 ‘빵 신자’의 딜레마
가난한 현지인들을 돕다 보면 필연적으로 물질이 개입된다. 책은 선교사들이 구호와 복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온전한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NGO 사역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가 아름다운 수금 소리로 사이렌의 유혹을 잠재웠듯, 선교사 역시 ‘성령의 노래’로 맘몬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지인의 가난한 삶의 자리로 내려가는 ‘성육신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 킬로미터를 걸어 빵을 얻으러 온 교인들을 향해 “빵 신자”라고 가볍게 매도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따뜻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위기를 돌파하는 힘, ‘관계 회복’과 영혼 구원
수많은 관계적 갈등과 영적 탈진 속에서 선교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은 무엇이었을까?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자신들이 베푸는 긍휼 사역을 통해 도리어 스스로 위로를 얻고 감사와 기쁨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영적 회복의 중심에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있었다. 기도와 말씀이라는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 하나님과의 근원적인 관계가 회복될 때, 비로소 현지인들에게도 온전한 기독교의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긍휼 사역은 구속사의 거대한 강물에 몸을 싣고 하나님의 자비가 필요한 곳에 배를 띄어 흘러가게 하는 선교적 여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선행이 곧 구원의 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구원받은 자에게 긍휼은 마땅한 도리다. 이 책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선교사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긍휼 사역의 본질을 고민하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는 "긍휼 사역의 푯대와 마침표는 반드시 영혼 구원이 되어야 한다"는 명확하고도 묵직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