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시대의 다원주의와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절대적인 진리와 가치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교회 역시 목회자 감소와 다음 세대 이탈, 이민교회 환경의 변화라는 복합적인 과제 앞에 서 있다.
해외한인장로회(KPCA) 직영신학교인 뉴욕장로회신학대학(원) 제18대 학장으로 취임한 이상훈 목사(뉴욕은혜교회 담임)는 이러한 시대일수록 신학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분명한 기준을 붙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학장은 “시대의 흐름을 무조건 따라가는 목회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반석으로 삼고, 모든 가치와 세계관을 말씀 위에 세우는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며 “지식만 갖춘 목회자가 아니라 지성과 영성, 인성을 함께 갖춘 하나님의 일꾼을 세우는 학교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 학장은 학장 취임 이후 성서신학과 선교신학을 비롯한 필수과목을 강화하고, 이민교회 현장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동북노회, 뉴욕노회, 뉴저지노회 세 노회 안에 있는 젊고 실력 있는 목회자와 학자들을 발굴해 기존 교수진의 경험과 새로운 세대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는 교수진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상훈 신임학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뉴욕장신대 제18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 학교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싶은가.
시대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지나면서 절대적인 진리와 하나님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다음 세대 목회자들이 시대의 흐름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말씀을 반석으로 삼고 모든 가치와 세계관의 기준을 말씀 위에 세워야 한다. 신학생들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그 중심을 말씀 위에 굳게 세워 주는 것이 신학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실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인격과 영성을 갖추도록 돕고, 이 시대에 필요한 하나님의 일꾼을 양성하는 학교를 만들어 가고 싶다.
-취임사에서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전통인 ‘경건과 학문’을 강조했다. 뉴욕장신대가 세우려는 목회자상은 무엇인가.
신학교육이 지적인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 반대로 영성만 강조하면서 신학적·학문적 훈련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학문과 경건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뉴욕장신대는 단순히 신학 지식을 많이 가진 목회자를 길러내는 학교가 돼서는 안 된다. 말씀 앞에 바로 서고 기도하며, 성도와 교회를 섬길 수 있는 인격을 갖춘 목회자를 세워야 한다.
목회자는 설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삶과 인격이 뒷받침돼야 하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영성이 있어야 한다. 지성과 영성, 인성을 균형 있게 갖춘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 뉴욕장신대가 지향하는 교육이다.
-오랫동안 이사와 이사장으로 학교를 섬긴 경험이 학장직을 수행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뉴욕장신대 이사회는 동북노회와 뉴욕노회, 뉴저지노회 등 세 노회에서 파송된 이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나도 이사로 오랫동안 학교를 섬겼고, 서기이사를 거쳐 2022년부터 2년 동안 이사장을 맡았다.
이사장으로 섬기면서 학교의 재정과 행정, 교수진, 학생 모집 등 여러 상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학교가 가진 강점뿐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이사장은 학교를 지원하고 감독하는 위치라면 학장은 교육과 운영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는 자리다. 이제는 밖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교육과정을 정비하며 학교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김종훈 전 학장과 이사진이 학장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바로 결정하지는 못했다. 당시 풀러신학교 목회학박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거의 1년 동안 기다려 주셨다. 기도하며 고민한 끝에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이라고 생각해 학장직을 받아들였다.
-현재 뉴욕장신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학생을 모집하고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다. 한국에서 오는 유학생이 줄었고, 이민교회 안에서도 목회자가 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단순히 학교를 유지하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미래가 없다. 뉴욕장신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민교회와 교단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 줘야 한다.
우리 학교는 교단 직영 신학교다. 교단의 미래 목회자와 지도자를 양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학생 한 사람을 받더라도 말씀과 영성, 인격을 갖춘 사역자로 제대로 세워 교회와 선교 현장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민교회 현실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주 지역의 신학교는 한국의 대형 신학교와 비교하면 교수진과 재정, 교육환경에서 열악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신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기존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일부 과목이 중복돼 있고,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내용과 선택적으로 공부할 내용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현재 교무와 행정 책임자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한국의 대형 신학교와 완전히 동일한 체계를 만들 수는 없더라도 목회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과목은 빠짐없이 교육해야 한다. 성서신학과 선교신학을 비롯해 목회 현장에서 필요한 필수과목을 강화하고, 학생의 사역 방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도 균형 있게 구성하려 한다.
이민교회는 한국교회와 상황이 다르다. 한 목회자가 설교와 교육뿐 아니라 행정, 상담, 다음 세대, 선교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이민 목회가 가진 특수성이다. 학생들이 졸업한 뒤 현장에서 바로 사역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취임사에서 신학생들이 성경 자체를 더 깊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학교에서는 조직신학과 역사신학, 실천신학 등 여러 분야를 배운다.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신학을 많이 공부하면서도 정작 성경 본문을 깊이 읽고 해석하는 훈련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나도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중심으로 공부했고, 리버티신학교 신학석사 과정에서는 신약학을 공부했다. 전반적으로 성서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왔다. 신학교 시절에는 선교단체에서 3년 동안 귀납법적 성경연구 훈련도 받았다.
그 과정을 통해 성경 본문을 자세히 관찰하고, 본문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 살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목회자는 자신의 생각을 성경에 집어넣는 사람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내용을 바르게 해석해 성도들에게 전해야 한다.
뉴욕장신대 학생들이 신학 이론만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성경을 깊이 읽고 해석하며, 그 말씀을 설교와 목회 현장에 바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성서교육을 강화하고 싶다.
-교역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안의 평신도 사역자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민교회 사역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는 교회 안에 이미 있는 일꾼들을 발굴해 신학교육을 받게 하고 하나님의 사역자로 세워야 한다.
교회학교 부장이나 부서 책임자로 오랫동안 섬기다가 사역의 한계를 느껴 신학교에 입학하는 분들이 있다. 신학을 공부한 뒤 자신이 섬기던 부서의 전문 사역자로 세워지는 경우도 있다.
영어권 회중에서도 젊은 사람들을 발굴해 신학교로 보내야 한다. 이민교회의 다음 세대를 섬길 사역자를 외부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고 교회 안에서 발견하고 훈련해야 한다.
뉴욕장신대가 목회자가 되려는 사람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교회학교와 선교, 상담, 평신도 지도자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들에게도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온라인 수업이 학생 모집과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코로나19는 많은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줌을 통한 온라인 교육이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 줬다. 과거에는 뉴욕과 뉴저지에 거주해야 수업을 듣기 쉬웠지만 이제는 한국이나 다른 지역, 선교지에서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신학을 공부하고 싶어도 거리와 시간 때문에 학교에 오지 못했던 평신도 사역자와 선교사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실제로 신학교육을 받지 않은 채 교회와 선교 현장에서 일하던 분들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입학하는 사례가 생겼다.
물론 신학교육은 교수와 학생이 직접 만나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면교육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적절히 활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교수진 구성에서는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나.
뉴욕장신대와 관계된 세 노회 안에는 학문적 실력과 목회 경험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 학교에서 가르칠 기회를 얻지 못한 목회자와 학자들이 있다. 그런 숨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으려 한다.
먼저 세 노회 안에서 해당 분야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실제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찾지 못할 경우 외부에서도 교수진을 모실 계획이다.
기존에 20년 이상 학교에서 가르쳐 온 교수들의 경험과 헌신은 매우 소중하다. 그분들의 경험을 이어 가면서 동시에 젊고 실력 있는 교수들을 발굴해야 한다.
현재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는 젊은 목회자 가운데 학문적 역량과 목회 경험을 함께 갖춘 사람들이 있다. 기존 교수진과 젊은 교수진이 조화를 이루며 학교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뉴욕장신대는 KPCA 교단 안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뉴욕장신대는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며 교단 목회자와 지도자를 양성해 왔다. 교단 안의 다른 신학교들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목회학박사 과정은 협약을 맺은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학교가 서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 지역과 학교마다 가진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교단 안에서 협력하며 목회자 교육의 길을 넓혀야 한다.
뉴욕장신대는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이민교회 현장과 매우 가까이 있다. 학생들이 교회 현장을 떠나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역을 계속하면서 신학과 목회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역교회와 노회, 교단이 학교를 단순한 교육기관으로만 보지 않고 미래의 목회자와 지도자를 함께 세우는 공동의 사역으로 인식하기를 바란다.
-4년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첫째는 학교의 중심을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세우는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신학교가 붙들어야 할 기준은 달라질 수 없다.
둘째는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지 분명히 하고, 이민교회와 선교 현장에 필요한 실제적인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
셋째는 학생과 교수진을 새롭게 세우는 것이다. 교회 안의 일꾼과 영어권의 젊은 세대를 발굴해 신학교육으로 연결하고, 세 노회 안에 있는 실력 있는 목회자와 학자들을 교수진으로 세우고 싶다.
무엇보다 뉴욕장신대가 규모만 유지하는 학교가 아니라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를 살리고 세상을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교단과 지역교회,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학교를 위해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학생 모집도 필요하고 학교 운영을 위한 재정과 인적 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학교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바르게 서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부족한 사람이 학장직을 맡았지만 주변의 많은 도움과 협력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뉴욕장신대는 교단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교단과 세 노회, 지역교회가 함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신학생들이 지식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영성을 함께 갖추고, 말씀 위에 굳게 서서 이 시대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목회자로 세워질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