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교회 연구가이자 컨설턴트, 교회 리더들을 지원하는 사역 기관인 처치앤서스(Church Answer)의 설립자이자 CEO인 롬 레이너 목사의 기고글인 ‘예배당에서 음식과 음료를 금지하는 규정, 오히려 해가 될까?’(Is the 'no food or drinks in the sanctuary' policy harmful?)를 7월 26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레이너 목사는 다수의 책을 출간했으며 40년간의 목회 경험을 밑거름 삼아, 개교회와 교회 리더십의 영적 성장과 건강을 위해 실제적인 자료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한 방문자가 커피 한 잔을 들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선다. 안내 위원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음료는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방문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모금 더 마신 뒤, 로비로 물러나 커피를 마저 마신다. 거친 말은 오가지 않았다. 누구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무언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문제는 커피가 아니다. 문제는 문화다.
대부분의 교회는 “우리는 사람보다 건물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규정이 의도치 않게 바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있다.
음식물 반입에 관한 단순한 안내문 하나가 교회가 실제로 무엇을 우선하는지를 드러낼 수 있다. 우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청결이 사명보다 앞설 때
깨끗한 시설은 중요하다. 얼룩진 카펫이나 끈적이는 바닥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사람은 없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공간과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청지기 의식이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질되는 지점이 있다. 그 경계는 대개 분명하게 선언되지 않고, 서서히 형성된다.
교회 지도자들이 예배당에 들어올 사람들을 맞을 준비보다 예배당이라는 공간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기 시작한다면,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사명을 위해 존재해야 할 건물이 오히려 사명과 경쟁하기 시작한다.
티 없이 깨끗한 예배당과 차가운 영성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처음 교회를 찾은 방문자는 그 교회의 신학과 설교, 공동체의 장점을 알기도 전에 이러한 차가운 긴장감을 먼저 감지한다.
새가족은 예배보다 규정을 먼저 경험한다
처음 교회를 방문한 사람은 그 교회의 신학을 아직 모른다. 목회자의 설교 방식이나 교회가 선호하는 예배 형태, 교리적 입장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교회에 들어선 첫 몇 분 동안 자신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는 정확히 기억한다.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은, 특히 엄격하게 집행될 때 건강한 질서를 위한 기준이 아니라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교회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방문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곳에는 당신이 아직 모르는 규칙이 많습니다. 그 규칙들을 모두 익히기 전까지는 이 공동체에 완전히 속할 수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교회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환대는 대개 거창한 행동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교회 안의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규정처럼 보이는 것이, 교회 밖에서 온 사람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 될 수 있다.
사람에서 건물로 옮겨가는 관심
교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보다 재산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는 매우 서서히 일어난다. 새 카펫을 깔고, 예배당을 리모델링하며,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시설을 정비한다. 자연스럽게 공간을 잘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그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될 때 발생한다.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보다 실질적으로 앞서기 시작하면, 교회는 위험한 길에 들어선다.
예배당은 사역이 펼쳐지는 공간이 아니라 온전한 상태로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 바뀐다. 사명의 현장이 박물관처럼 변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다가가셨다. 계획이 방해받고 상황이 어수선해지더라도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교회는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를 드러낸다
모든 규정은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회가 환대의 문화를 세우는 일보다 카펫을 보호하는 데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차린다. 자신이 왜 불편함을 느끼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분위기를 통해 감지한다.
그렇다고 모든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의 규정을 정직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교회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 규정은 방문자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돕고 있는가, 아니면 그가 공동체에 다가오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가?” 대답이 후자라면 그 규정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기준도 중요하고 질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따뜻함과 접근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깨끗한 공간과 열린 문은 함께 가능하다
이 문제는 청결과 환대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는 깨끗하고 질서 있는 예배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방문자가 들어서는 순간 편안함과 환영을 느끼는 환경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목표는 모든 기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기준이 교회의 사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작은 변화만으로도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그 사실을 규제하듯 알리기보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안내해야 한다.
안내 위원과 봉사자들에게 규정보다 사람을 먼저 보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문자가 규칙을 어겼는지만 살피기보다, 그가 교회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안내문 문구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환영의 말처럼 들리는지, 아니면 경고문처럼 느껴지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때때로 무언가가 쏟아지고 공간이 지저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불편을 감수할 만큼 사람이 소중한 존재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야 한다.
얼룩진 카펫은 세탁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했다고 느낀 방문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맺음말
대부분의 교회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방문자를 환영하고 싶어 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원한다. 교회 시설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원으로서 잘 관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안내문 하나가 교회가 실제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드러낸다.
따라서 교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가?”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는 예배당이 가장 깨끗한 교회가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깊이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는 교회다.
그리고 때로 그 환대는 커피 한 잔과 같은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