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행 1:8, 마 28:19, 막 16:15)
- 해외선교의 사명과 국가법의 충돌 -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선교의 사명을 주셨다(행 1:8, 마 28:19, 막 16:15). 주님의 지상명령(至上命令)에 따라 사도 바울을 위시한 모든 믿음의 선조들은 가이사의 법 테두리를 뛰어넘은 먼 나라에 복음을 전하고 순교함으로, 기독교가 오늘과 같이 널리 세상에 전파된 것이다. 이처럼 교회가 수행하는 선교는 국가법의 영역을 넘나드는 국제성을 본질로 한다.
그런데 정부는 2026.2.27.자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 1호를 개정하여 공익법인의 범위에서 외국법인‧비거주자를 제외시켰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를 개정하여 기부금세액공제의 대상에서 외국 소재 소속단체를 제외시켰다. 그 결과 국내 교회가 해외 교회나 해외 선교단체에 보내는 선교비는 더 이상 세법상 공익사업을 위한 기부금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무거운 증여세 부과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교회의 사명인 해외선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입장은, 공익법인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공익사업을 대신 수행하는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며, 해외에 지급되는 선교비는 그 공익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단체는 회계감사나 사업실적 확인 등 사후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이사의 법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논리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법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교회에게 해외선교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본질적인 사명이다. 한국교회는 140여 년 전 서양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전해 준 복음을 통해 세워졌다. 우리는 해외에서 온 선교를 통해 복음을 받았고, 이제는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선교사 파송국이 되어 다시 복음을 세계로 전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선교는 단순히 예배당을 세우거나 목회자를 지원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운영하며, 우물을 파고, 질병을 치료하고, 교육과 구호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삶을 변화시켜 왔다. 오늘날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수행하는 많은 사업을 한국교회는 수십 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감당해 왔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사업은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하는데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정부의 해외협력 사업의 밑거름이 될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이제 와서 공익성을 부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월드비젼 등 해외구호 단체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도 2025년 5월 15일 선고한 판결에서 종교단체의 해외선교사업은 종교단체의 본질적인 사업이며, 선교지역 주민들의 복리에 기여하는 만큼 국가의 해외지원사업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해외선교가 단순한 종교행위를 넘어 공익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공익성의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해외선교 자체를 공익의 영역에서 제외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감독이 어렵다는 것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해외 선교단체에 대한 등록제, 회계보고, 사업보고, 사용증빙 제출 등 다양한 관리방안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이번 시행령은 사실상 해외 종교단체를 세제혜택의 대상에서 일괄적으로 제외하였다. 이는 관리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대법원 역시 사후관리의 어려움만을 이유로 해외 수증자를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증여자인 국내 교회에 부과되는 연대납세의무와의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더욱 아쉬운 점은 절차이다. 2018년 종교인 과세가 도입될 때에는 법률 통과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정부와 종교계가 지속적으로 협의하였다. 그 결과 큰 사회적 혼란 없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충분한 설명이나 협의 없이 시행되었다. 대부분의 교회는 지금도 제도가 바뀐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선교비를 송금하고 있다. 만약 과세가 현실화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선 교회와 성도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신천지의 해외송금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사건에서 정부의 과세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으려던 제도개선이 오히려 정통교회의 정상적인 해외선교까지 제약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었다.
가이사의 법은 공익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법은 복음이 국경을 넘어 흘러가도록 명령한다. 국가는 해외선교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공익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종교계가 마주 앉아 해외선교의 공익성과 투명성을 함께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이사의 법과 하나님의 법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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