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고통이란?… “은혜의 시작점”

[서평] 이규호 목사의 신간 <고통도 하나님의 시간이다>
도서 「고통도 하나님의 시간이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이유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예기치 못한 실패와 관계의 깨어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 앞에서 사람들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라고 묻는다. 신앙인 역시 하나님이 계신다면 왜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지, 기도에도 왜 침묵하시는지를 되묻게 된다.

《고통도 하나님의 시간이다》는 이처럼 고난의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이들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책은 고통을 무조건 견뎌야 할 운명으로 설명하거나, 믿음이 부족해 생긴 결과로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고통의 실체를 마주하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차분히 풀어냈다.

책은 하나님이 고통을 만드신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셨고, 고통은 죄로 물든 인간이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하나님은 고통받는 인간을 외면하지 않고 그 자리로 아들을 보내 위로했으며, 십자가를 통해 죄의 값을 대신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오늘 고통의 밤을 지나는 당신을 붙들고 계신 분은 바로 빛 되신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질문을 억누르기보다 하나님 앞으로 가져갈 때, 그 질문 자체가 위로를 만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고통의 원인에서 견디는 믿음까지

《고통도 하나님의 시간이다》는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 ‘왜 고통이 찾아오는가’에서는 고통의 이유와 무너진 자존감, 소망의 부재, 공허함, 관계의 상처 등을 다뤘다. 삶의 질서가 흔들릴 때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어디에서 방향을 찾아야 하는지를 짚었다.

2부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 내는가’에서는 기도와 믿음, 생각의 전환, 평안의 의미를 살폈다. 저자는 고통을 무조건 빨리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어렵게 통과한 고통을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과 하나님을 새롭게 알아가야 한다고 권했다.

책은 진짜 믿음이 강인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연약함과 믿음 없음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초라한 현실을 하나님 앞에 그대로 내어놓는 고백에서 믿음이 시작된다고 했다. 고통을 이기는 힘이 흔들리지 않는 감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과 절망이 깊어지는 이유를 변화하는 상황과 감정에 시선을 고정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현실의 파도가 거세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 때 삶을 지탱하는 ‘평안의 닻’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처가 다른 사람을 살리는 위로가 될 때

3부 ‘고통이 지나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는가’에서는 고난 이후의 삶을 다뤘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를 공허함으로 남겨두지 않고 복음과 소망, 성숙과 새로운 용기로 채워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책은 “고난의 잿더미에도 꽃은 피어난다”고 전했다. 실패와 눈물은 삶에서 지워야 할 흔적이 아니라 사람을 더 깊게 만들고,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하도록 이끄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나님이 한 사람의 아픔을 통해 겸손과 긍휼을 가르치고,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할 힘을 주신다는 것이다.

마지막 4부 ‘고통의 자리에 받은 위로를 흘려보내라’에서는 고통을 넘어 사명으로 나아가는 삶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경험한 위로를 개인의 회복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흘려보내야 한다고 권면했다.

저자는 관계의 아픔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했다면 이제 깨어진 관계로 신음하는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처는 공감을 낳고, 받은 위로는 또 다른 사람을 일으키는 출발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깨어진 삶의 틈을 채우는 은혜

책의 에필로그는 깨진 그릇을 금으로 이어 붙이는 일본의 전통 수리 기법인 ‘킨츠기’를 통해 고통의 의미를 풀어냈다. 깨진 흔적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금빛으로 드러내듯, 인생에 남은 상처도 부끄러운 흠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든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통도 하나님의 시간이다》는 문제가 사라져야만 삶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때 고통의 자리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으며, 절망으로 보였던 시간이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책은 고통을 가볍게 낙관하거나 쉬운 해답으로 덮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 던지는 질문을 십자가 앞으로 가져가고, 그 자리에서 얻은 위로를 다른 이에게 건네는 길을 제시했다. 인생의 밤을 지나고 있는 독자에게 고통이 끝을 알리는 마침표가 아니라 더 깊은 은혜와 사명으로 향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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