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표이사 직속 로봇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미래 로봇사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상품기획 기능을 하나로 묶어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21일 밝혔다. RX는 ‘Robotics eXperience’의 약자로, 로봇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RX사업추진실은 중장기 로봇사업 전략과 로드맵 수립을 비롯해 하드웨어, AI·소프트웨어 핵심 기술 개발, 디자인, 상품기획 등 사업화 전반을 통합적으로 맡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설치했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분산돼 있던 관련 기능을 통합하고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실행 체계를 강화했다.
서울R&D캠퍼스 통합 거점…구미에 데이터 팩토리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주요 거점으로 삼는다. 여러 조직에 흩어져 있던 로봇 인력을 통합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구미사업장에는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실제 제조 공정에서 축적한 작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의 현장 적용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R&D캠퍼스의 연구조직과 구미 데이터 팩토리가 협업해 로봇의 지능화와 제어 기술을 고도화한다. 삼성전자는 제조 현장에서 로봇 기술을 먼저 검증한 뒤 기업 간 거래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고, 제조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시켜 로봇의 작업 능력과 현장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은 앞서 영남권에 약 60조원을 투자해 제조 AI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북 구미에는 19조원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라인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로봇 전략·제어 전문가 영입…글로벌 연구거점 확대
조직 출범과 함께 로봇 분야 핵심 인재 영입도 진행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담당했던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중장기 로봇사업 전략과 로드맵 수립을 주도한다.
지능형 자율로봇 시스템과 로봇 제어 분야 전문가인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로봇 손·조작 기술 분야 전문가인 김의겸 아주대 교수도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하드웨어와 AI·소프트웨어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추가로 확보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글로벌 연구거점을 마련해 현지 기술 생태계와 우수 인재를 활용할 계획이다.
향후 로봇 분야 인수합병과 유망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체 기술 개발과 외부 협력을 병행해 로봇 기술과 사업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계열사 역량 묶어 삼성 로봇 생태계 구축
재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삼성그룹 차원의 로봇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AI와 로봇 플랫폼 개발을 맡고, 삼성SDI의 휴머노이드용 전고체 배터리 등 계열사의 기술을 연계해 그룹 차원의 로봇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가 보유한 다양한 제조 현장도 로봇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작업 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면 특정 공정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AI, 배터리, 디스플레이, 정밀부품 등 계열사별 기술을 결합해 로봇의 두뇌와 동력원, 제어·감지 기능을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로봇 경험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