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쉼, 하나님 안에서 다시 인간됨을 회복하는 시간”

김선일 교수, 여름휴가와 안식의 성경적 의미 조명
김선일 교수. ©기독일보DB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이하 한기윤) 홈페이지에 ‘여름휴가와 안식의 재발견: 피로 사회를 거스르는 참된 쉼의 윤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휴가의 신학, 쉼의 소명, 놀이의 사역이라는 말은 문법적으로 가능해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며 “쉬고, 놀고, 가만히 머무는 일에 신앙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우리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성경과 기독교 전통을 들여다보면 쉼과 휴식, 축제와 놀이, 기쁨과 즐거움은 신앙의 주변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창조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기쁨, 안식일의 제도, 절기의 축제, 식탁 교제, 새 하늘과 새 땅의 잔치 이미지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누리는 쉼과 즐거움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더군다나 성경적으로 안식은 분명히 명령”이라며 “그럼에도 한국교회 안에서는 쉼보다 헌신이, 놀이보다 사명이, 가만히 머무는 시간보다 바쁘게 섬기는 시간이 더 쉽게 신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것은 한국교회만의 문제라기보다 근면과 성취를 강조해 온 한국 사회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독교 신앙은 휴가와 쉼을 다음 단계를 위한 재충전과 같은 공리적 쓸모가 아닌 창조 신앙과 연결한다”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쉼 그 자체가 목적이며 충만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근면, 책임, 성취, 헌신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 왔고 교회 역시 그 문화 안에서 봉사와 사명을 강조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쉼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쉬려 하면 미안함과 불안이 따라붙기 쉽다”며 “그러므로 여름휴가와 안식의 회복은 더 좋은 여행지를 찾는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삶의 주도권을 다시 하나님께 맡기며, 가족과 이웃과 창조 세계를 새롭게 만나는 신앙적 훈련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실천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첫째, 멈춤을 믿음의 고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휴가의 첫걸음은 일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지만, 현대인에게 멈춤은 생각보다 어렵다. 일을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연락을 끊으면 무책임한 사람이 될 것 같고, 교회 사역을 잠시 쉬면 공동체에 부담을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쉬지 않는 도구로 부르지 않으셨다. 엘리야가 지쳐 쓰러졌을 때 하나님은 먼저 그를 먹이시고 재우셨다”며 “영적 회복은 때때로 육체적 쉼에서 시작된다. 내가 멈추어도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이시고, 내가 쉬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고백이 휴가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교회도 성도들에게 더 많이 봉사하라고 격려하는 것과 함께 하나님 안에서 잘 쉬라고 축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둘째, 시간을 비워 두고 디지털 안식을 실천해야 한다”며 “휴가가 또 다른 과제가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든 시간을 채우려는 마음 때문이다. 휴가지에서도 일정표와 맛집 목록과 인증샷 포인트가 휴식을 지배하면 쉼은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늦게 일어나 천천히 아침을 먹고, 목적 없이 걷고, 책을 조금 읽다가 덮고, 가족과 결론 없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휴가 중에는 업무 메시지뿐 아니라 SNS 스크롤과 비교의 습관도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일정 시간 알림을 끄고, 식사 시간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을 화면이 아니라 침묵과 기도와 감사로 채우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셋째, 멀리 소비하기보다 가까운 장소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며 “휴가는 반드시 먼 곳으로 떠나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집과 동네를 하나님의 선물로 다시 받아들이면 가까운 곳도 충분히 휴가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걷기는 기도와 묵상의 훈련이기도 하다. 걷는 사람은 풍경을 지나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길가의 나무, 바람, 냄새, 사람들의 표정, 하늘의 빛을 조금 더 오래 마주한다. 휴가는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곳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다시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넷째, 느리게 걷고 창조 세계 앞에서 경이를 회복해야 한다”며 “자연을 배우는 일은 지식을 많이 얻는 것보다 먼저 함께 보고, 듣고, 놀라워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녀와 함께 바다를 볼 때 모든 것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파도 소리를 듣고, 조개껍질을 만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창조 세계 앞에서 잃어버린 경이의 감각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다. 천천히 걷는 일은 애쓰지 않고도 세상을 음미하게 되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했다.

또한 “다섯째, 나만 쉬는 휴가를 넘어 함께 쉬게 하는 안식을 실천해야 한다”며 “여름 휴가철은 어떤 사람에게는 쉼의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더 긴 노동과 감정노동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안식은 나와 내 가족의 회복에서 끝나지 않고, 나의 쉼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기억하는 방향으로 넓어져야 한다. 휴가로 돌봄 공백을 겪는 이웃의 아이들을 살피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쉼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 역시 안식의 실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여름휴가와 안식의 재발견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생활 조언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피로 사회와 성과주의를 거스르는 신앙의 실천이며, 함께 쉬게 하는 공적 윤리”라며 “오늘의 사회는 일뿐 아니라 쉼까지 소비와 전시와 효율의 언어로 번역하지만, 복음은 우리가 성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 안에서 사랑받는 피조물이며 자녀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쉼은 단지 다시 일하기 위한 재충전이 아니라 내가 멈추어도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믿음이고, 시간과 몸과 장소와 관계가 내 소유가 아니라 선물임을 묵상하고 인정하는 감사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교회는 헌신의 아름다움과 함께 안식의 은혜도 선포해야 한다”며 “이번 여름, 우리는 휴가를 더 멀리 가고 더 많이 소비하는 시간으로만 여기지 않고, 더 깊이 머물고 더 감사히 누리는 시간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알림과 시계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하나님이 주신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좋은 음식을 감사함으로 먹고, 바람을 느끼며 걷고, 가족의 말을 듣고, 오래된 친구를 만나고,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일”이라며 “참된 쉼은 공허한 멈춤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다시 인간됨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내가 쉬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내가 멈추어도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이시다. 이 믿음 안에서 누리는 여름휴가는 은혜의 질서로 돌아가는 작은 회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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