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유럽연합(EU) 의회가 파키스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수 종교 소녀 납치 및 강제 개종 문제에 대해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7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EU 의회는 지난 9일 파키스탄 정부에 종교적 소수자 소녀들의 납치와 강제 개종 피해 가족들의 불만을 처리할 국가적 차원의 전담 기구 신설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이번 결의안은 파키스탄의 13세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의회는 파키스탄 당국이 마리아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고 적절한 법률 및 심리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사건을 파키스탄 내 소수 종교 사회가 직면한 광범위한 인권 유린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며 미성년 소녀를 대상으로 한 납치와 파키스탄 강제 개종 및 강제 결혼 행위를 비판했다.
결의안에 인용된 2025년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강제 결혼과 개종 피해를 입은 여성 및 소녀의 약 75%는 힌두교도, 25%는 기독교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연합 의원들은 파키스탄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인 아동 조혼 금지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강압이 의심되는 미성년자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가해자 처벌, 그리고 피해 소녀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사법 체계 강화를 요구했다.
국제사회의 공분을 산 마리아는 지난 2025년 7월 30세 남성 셰흐리야르 아흐마드에게 납치당한 뒤 이슬람 개종과 결혼을 강요받았다. 마리아의 가족은 딸을 되찾기 위해 연방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지난 2월 3일 이 강제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납치범에게 양육권을 돌려주는 판결을 내렸다.
매년 1000명 이상 미성년자 피해 국제 인권 단체 사법부 규탄
마리아의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국제 인권 단체 '국제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은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 의회의 결의안 채택을 적극 지지했다. 연맹 측은 파키스탄 연방 헌법재판소가 피해자의 나이조차 확인하지 않고 납치범에게 아이를 넘겼다고 규탄하며, 마리아가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심리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자유수호연맹 테미나 아로라 아시아 옹호 책임자는 마리아 사건이 파키스탄 전역에 만연한 학대 패턴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성년 소녀들을 납치해 나이가 많은 남성과 강제로 혼인시키고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및 강제 개종을 묵인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미성년 소녀들이 사기 결혼의 희생양이 되어 신체의 자유를 잃고 착취당하고 있다.
현지 법률과 국제 인권 기준상 미성년자는 결혼이나 종교적 개종에 합법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연맹 측은 사전 조사에서 마리아가 미성년자임이 밝혀졌고 혼인 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법원이 납치범의 손을 들어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파키스탄 기독교인 변호사 라자르 알라 라카 역시 문서 위조 사실을 확인하고도 납치범에게 아이를 넘긴 것은 명백한 사법 농단이라고 지적하며, 다가올 재판에서 불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키스탄 사법 체계 불신 우려 및 국제사회 인권 보호 압박
라카 변호사는 현재 계류 중인 재심 청구가 사법 체계에 대한 소수 종교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라고 전망했다. 기존 판결이 유지될 경우 파키스탄 사법부에 대한 소수 종교 공동체의 불신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다. 그는 이번 재심을 통해 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올바른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맞물려 파키스탄 내부에서도 일부 입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초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는 '펀자브 아동 조혼 제한법'을 제정해 법정 최저 혼인 연령을 18세로 상향하고, 결혼 관련 분쟁 시 아동의 최우선 이익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유엔 전문가와 유럽연합 및 영국 의원 등 국제사회가 파키스탄 강제 결혼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혁을 촉구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국제 단체들은 파키스탄을 여전히 소수 종교인에게 가혹한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 선교 단체 오픈도어스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 박해 심각 국가 8위로 선정했다. 단체는 파키스탄 사회에 만연한 종교 차별과 군중 폭력, 구조적인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현실을 지적하며, 공권력의 미온적인 대처가 반기독교적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