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중부 미냐(Minya)주 탈 알쿠이블리야(Tal Al-Quiblya) 마을의 콥트교회 예배처가 이슬람 주민들의 집단 습격을 받은 가운데, 폭행 피해를 입은 기독교인 4명이 오히려 경찰에 체포됐다가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뒤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종교자유 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이집트인권이니셔티브(EIPR)를 인용해 이번 사건이 최근 상이집트 지역인 미냐주의 탈 알쿠이블리야 마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CSW에 따르면, 다수의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무슬림 주민들이 예배처 건물을 향해 돌을 던지며 종파적 모욕과 혐오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여러 기독교인이 부상을 입었으며, 예배처 건물과 본당 사제인 파블로스 카말(Pavlos Kamal) 신부의 차량도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진압했지만, 폭행을 당한 기독교인 남성 4명을 먼저 연행했다. 이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이틀 뒤 석방됐다.
경찰은 일부 무슬림 주민들도 체포했지만 정확한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마을에는 오랫동안 정식 교회 건물이 없어 신자들은 가정을 돌아가며 예배를 드려왔다. 그러나 이동 거리가 멀어 정기적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생기자, 주민들은 주택가 내 한 건물을 예배처로 개조해 사용해 왔다.
이 과정은 지역 치안 당국과 무슬림 주민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블로스 카말 신부는 이전 예배 때부터 일부 주민들의 선동과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에 여러 차례 우려를 전달했지만,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별다른 예방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고 CSW는 밝혔다.
멜빈 토머스(Mervyn Thomas) CSW 대표는 “이번 사건은 이 지역 기독교인들을 향한 또 하나의 심각한 공격이며, 군중이 폭력적으로 변하기 전까지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 피해자 4명이 오히려 구금됐고,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를 철회한 뒤에야 석방됐다는 사실은 법 앞의 평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라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가해자들을 반드시 처벌하고, 극단주의자와 폭도들의 기독교인 공격을 부추기는 증오 선동과 혐오 발언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에서는 기독교인들이 법적·사회적 차별에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부활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해당 사안이 사법부가 아닌 총리의 권한이라는 절차적 이유를 들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공휴일 지정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는 일요일이 일반 근무일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부활절 예배 참석을 위해 휴가를 사용할 경우 임금 손실이나 직장 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 역시 부활절을 이유로 수업에 결석하면 학업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종교자유 단체 국제 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은 이 같은 부활절 공휴일 지정 청원을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집트 노동부가 민간 부문 기독교인 노동자들에게 부활절 휴가를 허용했지만 공공부문 종사자는 제외했다. 또한 콥트교회 신자들에게는 복음주의 교인이나 가톨릭 신자보다 더 많은 유급 휴가를 부여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기독교인은 이집트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며, 콥트교회는 1세기 사도 마가가 알렉산드리아에서 복음을 전한 데서 기원을 두고 있다.
한편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종교자유 침해가 심각하거나 이를 묵인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미 국무부의 ‘특별감시목록(Special Watch List)’에 이집트를 포함할 것을 권고해 왔다.
또한 이집트 검찰은 신성모독죄를 적용해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거나 옹호한 사람들을 기소해 벌금형부터 징역형까지 선고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콥트교인 유튜버이자 연구자인 아우구스티노스 사만(Augustinos Samaan)이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는 영상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중노동이 포함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와 유사한 사건들도 현재 법원에서 다수 심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