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2장 20~21절 ‘그리스도 선물’의 신학적 의미는?”

김형태 박사, 개혁주의학술원 제1회 개혁신학아카데미서 해석 제시
개혁주의학술원 제1회 개혁신학아카데미 참석자들이 대구 달성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개혁주의학술원 제공

개혁주의학술원(원장 황대우)은 6일 오후 대구 달성교회(담임 감기탁 목사)에서 제1회 개혁신학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는 김형태 박사(영국 더럼대학교 신약학 Ph.D., 주님의보배교회 담임)가 강사로 나서 ‘그리스도 선물: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에 나타난 카리스의 문화인류학적 해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형태 박사는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이 갈라디아서 전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본문 가운데 하나이자 성도들이 즐겨 암송하는 말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구절이 성도가 그리스도와 연합해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과 하나님의 은혜를 심오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담아낸 본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은 바울신학의 핵심을 담은 본문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대부분의 해석은 20절과 21절을 서로 독립된 구절로 이해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이 같은 해석 전통으로 인해 두 구절 사이의 논리적 연결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 갈라디아서 2장 20~21절 기존 해석 검토

김 박사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갈라디아서 주석을 예로 들며 “루터는 20절을 ‘율법으로는 의롭게 될 수 없다’는 첫 번째 논증을 자신의 삶을 통해 설명하는 본보기로 이해했고, 21절은 ‘율법의 행위로 의롭게 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두 번째 논증의 시작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석 속에서 20절은 개인의 실존적 구원에 대한 확신으로, 21절은 이신칭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구절로 각각 분리되어 이해됐다고 밝혔다.

또한 “종교개혁 전통을 계승한 바울 해석의 대표 학자인 더글러스 무 역시 20절과 21절 사이의 문맥적 단절과 ‘은혜’라는 표현의 등장에 주목하면서도, 21절을 갈라디아서 2장 15~21절 단락의 마지막 주장으로 해석했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해석 경향이 이른바 '바울에 대한 옛 관점'에만 머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관점’을 대표하는 제임스 던과 톰 라이트가 기존의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구원론 중심 해석을 넘어,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을 안디옥 사건과 연결된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 그리고 이신칭의의 교회론적 의미 속에서 이해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21절을 갈라디아서 2장 전체 논의의 결론으로 해석했을 뿐, 20절과 21절 사이의 논리적 연결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묵시적 바울 해석을 대표하는 루이스 마틴도 21절을 앞선 논의를 통합하는 독립적인 진술로 해석했다”며 “마틴은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폐하지 아니하노니’라는 표현을 거짓 교사들의 비난에 대한 바울의 반박으로 이해했으며, 은혜를 하나님의 교정하는 능력으로 해석하고 이를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연결시켰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마르티네스 드보어 역시 20절과 21절의 연결보다 16절과 21절의 병행 관계에 주목하며 21절을 갈라디아서 1~2장의 절정으로 이해했고, 한스 베츠 또한 그리스-로마 수사학 구조 속에서 21절을 논제 진술의 결론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옛 관점과 새 관점, 묵시적 바울 해석, 그리스-로마 수사학적 해석 모두가 각자의 장점을 통해 갈라디아서 해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지만, 공통적으로 21절을 단락의 결론으로 이해하면서 20절과의 논리적 연결성에는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아떼테오’는 ‘무효화’보다 ‘거절’의 의미가 중심”

김형태 박사(오른쪽)가 개혁주의학술원 제1회 개혁신학아카데미에서 ‘그리스도 선물: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에 나타난 카리스의 문화인류학적 해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개혁주의학술원 제공

김 박사는 기존 해석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 갈라디아서 2장 21절에 사용된 헬라어 동사 '아떼테오(ἀθετέω)'의 번역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개역개정과 새번역을 비롯한 대부분의 번역과 기존 연구들이 이 단어를 ‘폐하다’, ‘헛되게 하다’, ‘무효화하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지만, 헬라어 사전에서 가장 중심적인 의미는 ‘거절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효력이 없는 것으로 만들다’라는 의미 역시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의미는 ‘거절’과 ‘거부’에 가깝다”며 “기존 해석이 이러한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은 20절과 21절을 분리해서 이해하거나 21절을 전체 논의의 결론으로 해석해 온 전통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무효화하다’라는 표현이 갖는 법정적·교리적 뉘앙스가 결론 부분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 “‘그리스도 선물’ 해석, 신자와 그리스도의 인격적 관계 더욱 풍성하게 드러내”

김 박사는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을 ‘그리스도 선물’이라는 선물 문맥에서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신학적 의미도 설명했다.

그는 “첫째로 예수 그리스도와 신자 사이의 인격적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셨고, 신자가 그 선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선물이신 그리스도를 거절하거나 저버리는 것은 신성모독적이며 배은망덕한 행위가 될 수 있다”며 “21절을 단순히 ‘하나님의 은혜를 폐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 ‘하나님의 선물이신 그리스도를 거절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때 신자와 그리스도의 인격적 관계가 더욱 풍성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그리스도 선물 관점은 21절 상반부와 하반부의 논리적 연결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며, 두 문장이 이유를 나타내는 접속사 ‘가르(γάρ)’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왜 하나님의 선물이신 그리스도를 거절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만일 의가 율법으로 말미암는 것이라면 그리스도께서 헛된 선물로 죽으신 것이 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적 구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물 문맥에서 갈라디아서 2장 20~21절을 이해하면 갈라디아서 전체 구조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1~4장이 칭의와 은혜에 관한 신학적 진술이라면, 5~6장은 그 선물에 합당하게 사랑으로 서로 섬기고 성령을 따라 살아가도록 권면하는 윤리적 삶을 제시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그리스도라는 선물을 받은 신자는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며 성령을 따라 행하는 삶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갈라디아서 전체의 흐름을 보다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논문 발표를 마친 뒤에는 북콘서트도 이어졌다. 북콘서트에서는 김형석 교수가 출간한 도서 「은혜란 무엇인가」(김형태 저·VIP)를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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