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앞두고 박지성·이영표 거론…한국 축구 새 리더십 주목

정몽규 회장 사퇴 후 60일 이내 선거, 축구계 “개혁·통합·공정한 검증 필요”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이 10일(현지 시간) 체코를 상대로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앞두고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가 새 리더십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13년간 이끌어온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대회 종료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3년 처음 대한축구협회장에 선출된 뒤 2025년 4선에 성공한 그는 13년 만에 축구협회를 떠나게 됐다.

정 회장은 재임 기간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어왔지만, 2023년 승부조작 관련 축구인 사면 번복 사태와 2024년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축구협회 개혁 요구가 더욱 커졌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제56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 회장 사퇴 이후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차기 회장은 정 회장이 마치지 못한 잔여 임기 2년을 맡게 된다.

박지성·이영표 등 젊은 축구인 후보군 거론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후보로는 박지성, 이영표 등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선수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은퇴 이후 지도자보다 행정가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축구협회 개혁을 이끌 후보군으로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지성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사회공헌위원회 위원,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등을 지냈다. 이영표는 강원FC 대표이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울산 HD 사외이사 등을 맡으며 축구 행정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의 이름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재정적 지원 능력을 앞세운 기업인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축구협회를 향한 외부 압박이 커지면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가 단순히 새 회장을 뽑는 절차를 넘어 한국 축구 행정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팬들은 실망감을 안긴 축구협회가 새 수장을 통해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축구계 통합과 포용이 핵심 과제”

직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뉴시스를 통해 “제대로만 운영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축구협회로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은 충분하다”며 “차기 회장은 축구계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전 감독은 축구인 출신만이 해답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말 축구를 사랑하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이해하며 충분한 역량을 갖춘 리더라면 기업인이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축구인 중에서도 그런 능력을 갖춘 리더가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회장 한 사람의 입김으로 모든 것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호정 해설위원은 “개혁과 변화는 어떤 후보도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중요한 것은 축구계의 통합과 포용”이라고 짚었다. 그는 “어떤 후보가 나와 누가 회장이 되든, 반대편에 섰던 쪽까지 포용하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국가의 축구협회장은 대부분 축구인이 맡는다”며 “기업인이 오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는 축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선수 출신 또는 행정 경험이 있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송영주 해설위원도 축구인 회장 시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이 기회”라며 “외부 개입이 없으면 축구협회는 바뀌기 어렵다. 왜 재벌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어려울 수 있지만 자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선거와 장기 비전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모았다. 허 전 감독은 “이번 기회에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고 제도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엉터리 선거를 하면 또 그대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단 5~6개월이라도 시간을 갖고 잘못돼 온 것들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세심하게 따져 정리해야 한다”며 “모든 것을 제도화하고 시스템 안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등 외부 기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은 후보 검증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비전이나 계획을 검증할 수 있는 후보자 간 토론회 등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공개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새로운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내부 조직의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서 위원은 “회장이 모든 것을 직접 하기보다 직원들을 믿고 일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 축구협회 유능한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황인데, 이를 다시 살리면 기본적인 기반은 회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최근 거론되는 대한축구협회장 직선제 도입에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직전 선거 당시 정 회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컸음에도 재선임이 이뤄졌다며 “간선제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반드시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축구가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송 위원은 일본 축구의 장기 계획을 언급하며 “우리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성과를 내야 한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전술 시스템을 기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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