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복음주의연맹 “복음주의를 극우 정치와 동일시하는 인식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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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복음주의연맹(EEA)이 복음주의(Evangelical)를 극우 또는 민족주의 정치와 동일시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복음주의의 본질은 정치가 아닌 신앙에 있다고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EEA는 성명을 통해 “‘복음주의’라는 용어가 유럽의 복음주의 공동체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 운동과 담론에 잘못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이러한 오해가 상당 부분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수십 년 동안 복음주의자들과 이른바 ‘기독교 우파(Christian Right)’가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인식돼 왔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백인 복음주의자의 최소 75%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흑인 개신교인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 내 백인 복음주의자의 수는 흑인 개신교인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EEA는 “최근 공적 담론에서 ‘복음주의’라는 용어가 급진적 우파 정치와 점점 더 연결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에는 유럽 외부에서 비롯된 정치적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언론의 일부 보도, ‘복음주의’를 정치적 명칭으로 사용하는 관행, 그리고 배타적 민족주의가 기독교 정체성과 결합되는 현상 등이 이러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맹은 이 같은 오해 때문에 유럽의 정치권과 언론이 유럽 복음주의자들을 ‘위험한 극단주의자’로 오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EA는 복음주의의 핵심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맹은 “유럽의 복음주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부르심 안에서 하나가 되어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우리의 영광이자 열정이며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성경적 토대 위에 서 있으며, 특히 예수님의 삶과 모범, 가르침을 따르는 데 헌신하고 있다”며 “우리의 운동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공동체이며, 복음주의 교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의 풍성함을 기뻐한다”고 말했다.

EEA는 정당 정치에 대해서도 “우리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엄격한 초당파적 입장을 유지한다”고 분명히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에 대해서는 용어의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맹은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나 해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소중한 가치”라며 “기독교적 가치관을 공적 토론의 장에 제시하는 것 역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직하다. 기독교는 모든 유럽 국가의 발전에 깊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독교 민족주의’가 지배와 강요, 신앙의 강제, 불관용과 배제, 특정 정치 이념과 기독교를 동일시하거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면, 유럽 복음주의자들의 대다수는 이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EEA는 성명 말미에서 유럽의 복음주의자들에게 지역사회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섬기는 사명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