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영성에 대한 공공신학적 모색: FWIA 세미나를 중심으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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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경철 박사(CCC / 국제복음과공공신학연구소장)

Ⅴ. FWIA 세미나의 실천적 기여

황경철 박사.

2014년에 설립된 FWIA는 2016년 5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의 신학’ 공개세미나를 개최했으며, 목회자 100명을 초청하여 ‘TOW’(Theology of Work) 관련 자료와 일터 맞춤형 설교 및 소그룹 교재를 소개하였다. 2019년에는 시티투시티(City to City)의 <일과 영성 컨퍼런스>의 한 분과를 맡아 주도한 바 있다. 또한 2021년 이후 해마다 FWIA 인도자 세미나를 300여 명의 사역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왔다.

FWIA의 현재 프로그램 구조는 단일 세미나가 아니라 ‘교육–멘토링 공동체–산업문화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공식적 사명은 직장인, 교회 지도자, 다음 세대 리더들을 성경적 원리로 구비(equip)하고, 멘토링 공동체로 연결(connect)하며, 산업문화 변혁으로 동원(mobilize)하는 것이다. 모임의 형태는 구성원에 따라 다양한데, 목회자 세미나, Business Fellowships, FWIA Women, CCC FWIA, Military FWIA, 횃불트리니티 Seminary Program, 벤처회사 심사와 지원은 물론, 국제적으로 대만, 인도네시아, 미국, 그리고 디아스포라 FWIA를 폭넓게 운영하고 있다. FWIA 세미나의 실천적 기여를 살피기 위해 연구자는 2023-2024년 FWIA 세미나 참여자 200명의 응답 자료를 대상으로 성별, 직업별 구성 비율, FWIA 참여 이후 직장생활에 관한 관점과 태도에 어떻게 인식하고 서술하는지, 자신을 일터에서 어떤 존재라고 인식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FWIA 참여자 기초 통계 (남성 102명, 여성 98명, 총 200명)

표1..FWIA 참여자 직업군 구성

*시사점: 참가자 중 직장인/전문직이 60% 이상을 차지하여, 일터 영성에 대한 실제적인 필요가 높음을 반영. 특히 취업준비생/이직 준비자의 참여율(25% 이상)은, 이들이 사회 진출 전후에 크리스천으로서의 직업 소명과 재정 가치관에 대한 고민이 매우 깊음을 시사.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맞춤형 콘텐츠와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이 있었음.

1. FWIA를 통해 새롭게 배우게 된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 성경적 일터의 정의(定義) 확장: 일은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소명(vocation)’이며, 일터는 곧 사역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음. - “교회에서 알려 주지 않는 직장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평일의 일도 하나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장생활을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시사점: 그러나 이 응답이 실제 업무행동의 지속적 변화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신중하게 말하면, FWIA는 참여자가 자신의 직업을 소명과 이웃 섬김의 언어로 재서술하게 하는 해석틀을 제공하였다고 할 것이다.

· 청지기적 재정관: 돈은 내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며, 지출 내역이 곧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는 ‘지표(Barometer)’임을 학습함. 특히 “일과 돈은 하나님의 주된 관심사”임을 깨닫고 배금주의나 금욕주의의 극단에 빠지지 않고 균형점을 찾게 되었다는 응답이 주를 이룸. - “하나님이 주신 재물을 잘 관리하고 불려서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가진 재물을 전보다 더 성실하게 관리하고 투자하고 낭비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시사점: 청지기 담론은 부의 축적을 손쉽게 정당화하는 언어로도 사용될 수 있다. “잘 관리하고 불린다”는 표현은 투자 수익만이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의 노동, 환경, 지배구조와 사회적 영향을 함께 물어야 한다. 공공신학적 재정 윤리는 기부의 규모보다 돈을 벌고 운용하는 전체 과정의 정의를 주목한다.

2. 구체적으로 직장에서 바뀐 태도와 자세는 무엇인가?

· 탁월성을 향한 동기 변화: 단순히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일하는 자세를 갖추게 됨. 업무의 결함을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보고하거나, 동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리더십으로 변화됨.
· 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대응: 일터의 부조리와 구조적 악(가시덤불과 엉겅퀴)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기도와 현실적 노력을 병행하며 ‘거룩한 저항’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표현함.

*시사점: 여기서 ‘거룩한 저항’이라는 표현은 현실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조직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행동은 종종 해고, 불이익, 고립을 초래한다. 따라서 개인의 용기만 강조하면 피해자에게 영웅적 결단을 요구하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법률 지원, 내부고발자 보호, 노동조합, 동료 연대, 전문 상담, 생계 지원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3. 일터에서 나는 누구인가? (직장 내 자신의 정체성)

· 구체적인 설문 답변: Joy fun, 오병이어, Facilitator, 소명자, 기도의 조력자, 나침반, 청지기, 사다리, 협력자, 성장촉진제, 대나무숲, 최고의 기술로 전하는 최고의 사랑, 오뚜기, 불꽃, 착하고 충성된 종, 밀알, 징검다리, 돕는 자, 굴러다니는 감자, 휴지, 저울, 유산균, 분위기 메이커, 중괄호, 축구공, 십자가, 마스터 키, 보충제, 요셉, 흔들리는 촛불, 호구, 쇄빙선, 아이시스, 정리자, 에너지, Network, 상금, 새싹, 이삭, 블루칩, 흔적, 다리, 터, 방패, 예배자, 반딧불이, 요셉, 불협화음, 중보자, 복음전달자, Ice Breaker, 창문, 탁월한 매니저, 징검다리, 빛과 소금, 등나무, 아기 고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사람을 낚는 어부, 긍정 에너지, 개미, 리더, 서번트 리더, 활화산, 길, 배움꾼, 촛불, 번데기, 아브라함, 우상향, 주인공, 에이스, 좌완선발투수, 프리즘, MSG, 모닥불, 공기청정기, 씨앗, 호박죽, 연습생, 보냄받은 자.

*시사점: “나는 일터에서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참여자들은 청지기, 다리, 촛불, 씨앗, 중보자, 서번트 리더, 보냄 받은 자 등 다양한 은유로 답하였다. 이 응답은 직업 정체성이 단순한 직급과 성과로 환원되지 않고, 관계를 연결하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역할로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호구, 흔들리는 촛불, 연습생과 같은 표현은 취약성, 모호함, 낮은 자기효능감도 함께 드러낸다. 모든 응답이 성공적인 정체성 확립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터 영성은 확신뿐 아니라 두려움, 실패, 무력감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동체를 요구한다.

4. 공공신학적 기여와 한계

1) 기여: 사회적 제자도 형성의 토대

FWIA의 주목할 만한 기여는 직장인의 평일을 신학적 성찰의 대상으로 가져온 데 있다. 교회가 직장인을 교회 프로그램의 참여자나 재정 후원자로만 보지 않고, 일터와 조직, 전문 분야에서 공공선을 수행하는 주체로 이해하게 하였다. 또한 사례-토론-성경적 원리의 학습 방식은 참여자가 복잡한 문제에서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다. 이는 공공신학적 시민 형성의 기초가될 수 있다. 사회적(공적) 제자도는 정답 암기가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이해관계를 분별하며, 타인의 이유를 듣고,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문제에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회색지대 이슈가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게 함으로써, 타인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를 존중하고 경청할 수 있는 소통 역량을 배양하는 장을 제공하였다. 그리스도인에게 일터는 단지 “착하게 버티는 곳”이 아니다. 공적으로 선을 생산하고 이웃을 섬기며 조직문화와 제도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공선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였다.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체제와 직장 내 괴롭힘, 감정노동과 우울의 연결을 고려할 때, 그리스도인 직장인의 공공성은 그저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 머물 수 없다. 조직 안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로운 소비와 투자, 투명한 보고, 무리한 성과주의에 대한 저항, 건강한 관계 형성을 실천해야 한다. FWIA의 일·돈·성공·윤리·관계 커리큘럼은 바로 그 방향의 초기 언어를 제공한다.

FWIA의 주제들과 관련지어 정리해 보자. 첫째, 인식의 변화가 있다. 참여자는 자신의 직업을 하나님과 무관한 영역이 아니라 부르심의 자리로 재해석한다. 둘째, 가치평가의 변화가 있다. 성공과 돈의 의미가 세속적 상향성에서 하나님 나라의 책임으로 이동한다. 셋째, 실천의 변화가 있다. 일터는 생존과 생계의 장에서 증언과 이웃 사랑의 장으로 이동한다. 넷째, 공적 자아의 변화가 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의 신자에 그치지 않고, 조직과 시장과 관계의 현장 속에서 공공적 시민으로 형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FWIA는 단순한 직업윤리 교육이
아니라, 공공신학적 시민 형성을 지향하는 교육적 훈련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한계와 과제

팀 켈러가 주도한 ‘Faith & Work Center’ 운동 전반이 전문직과 경영자, 도시 중산층의 경험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비판은 FWIA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본 표본 역시 재직자와 전문직 종사자 비중이 높고 생산직, 돌봄노동자, 플랫폼노동자, 이주노동자, 비정규직과 저임금노동자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영향력”과 “리더십”의 언어는 권한이 적고 생존이 급한 노동자에게 거리감 있게 들릴 수 있다. 또한 문화변혁의 언어가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영향력 확대의 언어로 흡수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공공선은 기독교인의 지위 상승이나 조직 장악이 아니라, 신자와 비신자 모두의 존엄, 안전, 자유와 공정한 참여가 증진되는 상태를 뜻한다.

FWIA의 강점이 개인의 삶을 바꾸는 데 있다면, 그다음 과제는 구조를 읽는 능력을 더 강화하는 데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장시간 노동, 감정노동, 조직 권력 남용은 개인의 경건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일터 사역은 “개인이 더 착해져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말고, 제도와 문화와 권력 구조를 식별하는 공공신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히려 FWIA가 장차 이 영역까지 확장할 때, 그것은 더 강력한 한국형 공공신학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표2. FWIA의 공공신학적 확장을 위한 과제

Ⅵ. 나가며

지금까지 일과 영성에 대하여 선행연구와 개혁신학적 관점을 살핀 후 FWIA 세미나의 신학적 특징과 실천적 기여를 검토하였다. 이 주제에 대한 신학적 연구들은 많지만 실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와 참여자 설문을 통해 일과 영성과 공공신학적 함의를 모색한 것이 본 고의 기여점이라고 하겠다. 개혁신학적으로 검토할 때, FWIA는 종교개혁의 직업소명론과 만인제사장론에 충실하였고, 창조-타락-구속-완성이라는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별히 공공신학적 관점에서 바빙크와 카이퍼가 강조한 일반은총의 적극적 활용을 긍정하였고, 다원화된 공론장에서 비신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이중언어를 함양했으며, 신앙이 개인의 경건을 넘어 직장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발휘되어 동료와 조직문화, 업무 방식에서 성경적 원리가 작동하도록 자극하였다.

200명의 참석자에 대한 설문 응답을 통해 일·돈·성공에 대한 관점의 직장 태도에 대한 자기보고 내용을 분석하였고, 일터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연구의 한계도 존재한다. 약 2900만 명의 취업자가 활동하는 직장이 중요한 공적 영역임은 적시하였지만, 그리스도인 직장인이 일터에서 공공신학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제시가 부족했다. 한국 사회는 노동구조, 직장 내 불평등, 비정규직 및 노사갈등 등 다양한 노동 현안에 대한 공공신학적 연구를 여전히 필요로 한다. 본 연구는 정교한 양적·질적 분석 도구가 부재했으며, 자발적 참여자의 자기보고식 데이터에 의존하여 실제 행동 및 조직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방법론적 한계를 갖는다.

윌리엄 퍼킨스는 직업이 이웃 사랑 실천을 향한 공공선의 방편이라고 역설하였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신자 개인의 성화요, 다른 하나는 일의 성화이다. 일의 성화란 업무 방식과 행위의 성화를 말하는데,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정직하고, 공정하게, 부패한 구습을 개혁하고, 이웃에 유익을 끼침으로써 하나님의 덕을 선포하고, 영광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이원론은 더 이상 신학적 사소함이 아니다. 그것은 곧 공공성의 상실이며, 신뢰의 추락이다. 한국 사회의 직장은 여전히 2,896만 명이 모여 일하고, 갈등하고, 경쟁하고, 상처 입고, 자원을 배분하는 거대한 공공장이다. 따라서 오늘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직장을 신학과 목회와 선교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FWIA 사례는 그러한 회복을 모색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참여자들은 일을 소명으로, 돈을 청지기 책임으로, 성공을 영향력과 하나님 나라의 언어로, 직장을 선교지와 증언의 자리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부 참여자는 세미나 이후에도 네트워킹을 지속하며 건강한 직장 문화의 형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다만 이 지속성과 실제 조직 변화는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공공신학적 형성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의 일터 영성은 개인의 내면과 태도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노동구조와 조직권력, 괴롭힘과 불평등, 공정과 책임의 문제를 더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럴 때, 공공신학은 신학의 전유물이 아니라, 직장이라는 공공영역에서 살아 움직이는 제자도가 된다. 이 점에서 FWIA는 이미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정말로 회복되어야 한다면, 그 회복은 예배당 안의 열심만이 아니라, 직장 안의 진실성과 책임성, 정의와 공공선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주일의 신앙이 월요일의 노동을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공공신학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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