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회장 김경식)가 27일 오전 실시간 온라인(Zoom) 방식으로 제85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해외 거주 연구자와 비수도권 지역 전공자, 목회자, 신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방식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 총무 김주한 박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경식 회장의 기도로 시작됐다. 학술 발표에서는 홍순영 박사(미국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와 조증언 목사(독일 뮌스터대학교 박사과정)가 각각 빌립보서 신학과 현대 신약 원문 연구의 최신 동향을 주제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 빌립보서의 중심은 ‘그리스도를 얻는 것’…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이해해야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홍순영 박사는 ‘그리스도를 알기 위해 죽다: 빌립보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그리스도를 얻는 역설적 길’을 주제로 발표했다.
홍 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빌립보서를 ‘그리스도를 얻는 것’이라는 중심 주제를 통해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빌립보서에서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를 성도의 삶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기존 연구들이 빌립보서의 다양한 주제를 ‘그리스도’라는 목표 아래 통합해 이해하려 했던 점을 평가했다.
그러나 홍 박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울이 말하는 ‘그리스도를 얻는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주목했다”며 “바울에게 있어 그리스도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리스도의 성품을 본받거나 고대 도덕철학이 추구했던 자기완성의 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그분을 인격적으로 아는 것”이라고 했다.
홍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앎은 추상적 지식이나 관념적 이해가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고난, 죽음, 그리고 부활의 능력에 실제로 참여하는 삶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적이고 참여적인 앎이다. 따라서 빌립보서의 목적론은 근본적으로 참여적이며 동시에 역설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도가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붙잡힌 존재이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며 “또한 그리스도의 하강과 상승의 길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그리스도를 얻어 가게 된다”고 해석했다.
◆ "그리스도를 얻는 길은 낮아짐과 손실, 고난을 통과하는 역설적 여정"
홍순영 박사는 “빌립보서가 그리스도인의 삶을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여정으로 제시한다”며 “그 여정의 궁극적 목표는 그리스도이며, 동시에 그 길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걸어가신 길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도가 그리스도를 목표로 삼아 나아가면서도 이미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로서 그리스도의 마음과 형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빌립보서의 목적론은 본질적으로 참여적”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이 목적론은 역설적 성격을 갖는다”며 “그리스도를 얻는 길이 붙잡음이 아니라 비움이며, 자기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낮아짐이고, 자기 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며, 고난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에 참여하는 과정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역설이 고난 자체를 미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 박사는 “고난이 그리스도를 얻게 하는 이유는 고난 자체가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능력에 참여하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빌립보서의 신학적 중심이 바로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그리스도를 얻는 데 있다”며 “이러한 중심 주제가 기쁨, 복음 전파, 겸손, 교회의 하나됨, 시민권, 헌금 등 빌립보서의 다양한 주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빌립보서가 말하는 성숙은 이미 완전함에 도달했다고 여기는 상태가 아니라, 이미 그리스도께 붙잡힌 자로서 계속해서 그리스도를 붙잡기 위해 달려가는 자세”라며 “바울은 이미 그리스도께 속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리스도를 얻기 원했고,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더욱 깊이 그리스도를 알기를 원했으며, 이미 부활의 주께 붙잡혔기에 그분의 고난과 죽음의 형상에 참여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박사는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기존의 목표 지향적 빌립보서 해석과 그리스도와의 연합 신학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빌립보서의 통일성이 특정 단어의 반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반복되는 삶의 방향성에 있다”고 했다.
이어 “빌립보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단순한 덕목의 수양이나 내면의 평안 추구로 설명하지 않고,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그리스도를 얻어 가는 참여적이고 역설적인 여정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빌립보서가 고난과 영광의 관계를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며 “바울은 고난을 회피하지 않지만, 동시에 고난 자체를 목표로 삼지도 않았으며, 중요한 것은 고난이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과 부활의 소망으로 전환되는가에 있다”고 했다.
끝으로 홍 박사는 “결국 빌립보서에서 ‘그리스도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리스도를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을 넘어,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그분의 낮아짐과 고난, 죽음에 참여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부활의 능력을 경험하며, 장차 영광에 참여할 소망 가운데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알아 가는 것”이라고 했다.
◆ "CBGM은 혁명이 아닌 발전"… 현대 신약 본문비평 방법론의 흐름 재조명
이어 발표한 조증언 목사는 ‘최근 신약 원문 연구의 동향과 과제: NA에서 ECM, 그리고 그 이후’를 주제로 현대 신약성경 본문비평 연구의 발전 과정과 최근의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조 목사는 “최근 신약성경 본문비평 분야에서 새로운 비평본과 개정판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으며, 원문 재구성에 활용되는 방법론 역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편집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원문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사고방식 자체의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Nestle-Aland(NA)와 United Bible Societies(UBS) 판본이 Westcott-Hort 이후 발전해 온 본문비평 논의와 절충주의적 편집 원리를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약성경 본문연구소(INTF)를 중심으로 진행된 Editio Critica Maior(ECM) 프로젝트가 Coherence-Based Genealogical Method(CBGM)를 도입했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최근 NA·UBS 판본 개정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이러한 변화가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며 “CBGM이 기존의 NA·UBS 방법론과 단절된 새로운 패러다임인지, 아니면 기존 본문비평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시킨 방법론인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근대 신약 본문비평의 발전 과정이 본문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 점진적으로 변화해 온 역사”라며 “Westcott-Hort는 계보적 관계와 내적 개연성을 본문비평의 핵심 문제로 제기했으며,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본문비평 전통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NA·UBS로 대표되는 합리적 절충주의는 개별 이문 단락에서 외적 증거와 내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발전시켰고, 이는 현대 본문비평의 표준적인 방법론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 목사는 “CBGM 역시 이러한 전통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통 위에서 형성된 새로운 발전 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CBGM이 절충주의적 본문 결정 과정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이문에 대한 판단을 전체 전승 구조 속에서 검토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CBGM은 방대한 사본 자료와 디지털 분석 환경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본문비평이 어려움을 겪었던 혼합 전승과 복잡한 사본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CBGM 역시 순환성 문제와 연구자의 판단 개입, 계보 모델의 가설성 등 여러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CBGM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본문비평 자체가 갖는 방법론적 조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CBGM은 전통적인 합리적 절충주의를 폐기한 혁명적 방법론이 아니라, 그 방법론적 토대 위에서 발전한 접근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Westcott-Hort의 계보학적 관심과 NA·UBS의 절충주의적 판단을 동시에 계승한 방법론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CBGM은 본문유형 중심의 외적 증거 평가 방식을 본문들 사이의 관계 분석 중심으로 확장하고 정교화한 방법론”이라며 “이를 통해 외적 증거를 보다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