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신학회(회장 허준)가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한소망교회(담임 최봉규 목사)에서 ‘이슬람 선교의 이해와 현대적 과제’를 주제로 2026년 제3차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김아영 교수(횃불트리니티 선교학·한국이슬람연구소 소장)가 ‘무슬림 공동체 움마(Ummah)의 이상과 현실’ ▲김 완 교수(침례신학대학교)가 ‘세계기독교의 변증가 라민 사네의 생애와 신학에 대한 비평적 고찰’ ▲정승현 교수(주안대학교)가 ‘자바 민속이슬람 이해를 위한 클리포드 기어츠의 문화인류학적 통찰과 선교적 함의’를 주제로 각각 발제하며 현대 이슬람 선교의 신학적·선교학적 과제를 조명했다.
◆ 무슬림 공동체 ‘움마’의 이상과 현실, 그리고 현대 이슬람 사회의 과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아영 교수는 이슬람 공동체 개념인 ‘움마(Ummah)’의 신학적 의미와 역사적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현대 무슬림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움마’라는 단어는 꾸란에 총 64회 등장하며, 일반적으로 종교적 의미에서 인간 공동체를 의미한다”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알라의 구원 계획의 대상이 되는 인간들의 인종적·언어적·종교적 총체를 의미하고, 그 핵심적 특징은 사도들의 보내심을 받은 공동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 선교의 직접적인 현장이자 오늘날 종교를 명분으로 한 폭력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한 무슬림 공동체의 원형은 유대교와 기독교 공동체를 모델로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아라비아 반도의 우상숭배 문화 속에서 종교개혁을 시도했던 무함마드는 자신의 기대를 넘어 새로운 종교의 창시자가 되었고, 이후 이슬람 공동체는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 중앙아시아와 중국,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세계적 종교 공동체로 성장했다”며 “현재 약 20억 명의 신도를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성장 과정 속에서 무함마드와 초기 공동체가 추구했던 이상적 움마의 모습은 상당 부분 퇴색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수의 무슬림들이 비이슬람적 토착 관행과 결합된 관습적 이슬람 세계관 아래 살아가고 있으며, 이를 제거하겠다는 명분 아래 등장한 일부 글로벌 지하디스트들은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슬람 내부의 다양한 종파적 분열 역시 꾸란이 강조하는 공동체의 통일성과는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꾸란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알라의 유일성에 기초한 공동체의 일치”라며 “인간의 망각과 분열로 인해 선지자들이 지속적으로 파송됐고, 무함마드 역시 심판의 날에 대한 경고를 통해 공동체의 회복을 촉구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슬람권 지도자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김 교수는 “꾸란의 가르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여성과 소수자를 차별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 무슬림과 비무슬림 모두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행태는 비이슬람적이며 반꾸란적”이라고 했다.
이어 유대교와 기독교 공동체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날 기독교 국수주의 아래에서도 관용과 환대보다는 혐오와 배척이 확산되고 있다”며 “신앙을 구실로 한 폭력과 탈진실적 주장들로 인해 인류가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26년 3월 라마단과 사순절이 동시에 시작된 시기에 예루살렘의 이슬람·기독교·유대교 성지가 모두 폐쇄된 사건을 언급하며 “이는 종교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본래 가치가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수세기의 전통이나 형식적 신앙이 아니라 계시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돼 온 경건함과 의로움, 환대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공동체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이라고 전했다.
◆ 세계기독교 신학자 라민 사네의 유산과 한국교회 선교의 과제
이어 발표한 김 완 교수는 세계기독교 담론의 대표적 학자인 라민 사네(Lamin Sanneh, 1942-2019)의 생애와 신학적 유산을 재조명했다.
김 교수는 “2019년 1월 6일 세계기독교 담론의 거장이자 예일대학교 석좌교수였던 라민 사네가 향년 76세로 별세했다”며 “예일 신학대학원 그레고리 스털링 학장은 그를 ‘우아한 존엄성과 깊은 신앙을 지닌 우리 시대의 위대한 학자’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감비아의 무슬림 왕족 가문 출신으로 기독교로 회심한 사네의 삶은 기독교와 이슬람, 서구와 비서구 세계를 연결하는 독특한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그의 죽음을 두고 ‘아프리카 학문의 거대한 코끼리가 쓰러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학문적 영향력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네가 21세기 기독교가 더 이상 서구의 종교가 아니며, 복음은 각 민족의 언어로 번역될 때 가장 강력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사네는 서구 중심 신학의 한계를 비판하며 비서구 기독교의 역동성이야말로 세계기독교의 미래라는 점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며 “그의 신학은 오늘날 한국교회와 세계 선교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교회가 기독교를 단순한 서구 수입 종교로 인식하는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의 문화와 삶의 자리에서 성령의 역사를 발견하고 고백하는 주체적 신학을 형성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성육신적 번역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슬람권 선교에 있어서도 라민 사네의 통찰은 중요한 실천적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하드 너머(Beyond Jihad)’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교는 정복과 강압의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설득, 평화적 전파의 역사여야 한다”며 “선교사는 현지 언어와 정체성을 존중하며 복음이 현지 문화 속에서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복음은 특정 문화나 언어에 소유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각 문화 속으로 번역되어 오는 하나님의 사랑”이라며 “사네가 남긴 번역의 신학은 앞으로의 선교적 삶을 위한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클리포드 기어츠의 문화인류학과 자바 민속이슬람의 선교학적 함의
마지막 발제를 맡은 정승현 교수는 문화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 1926~2006)의 해석 인류학을 중심으로 자바 민속이슬람의 세계관과 선교적 함의를 분석했다.
정 교수는 “UCLA의 문화인류학자 셰리 오트너는 기어츠를 20세기 문화인류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했다”며 “기어츠는 단순히 연구 성과를 남긴 학자가 아니라 이후 학문 담론의 틀 자체를 형성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어츠가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아 인간 문화를 ‘인간 스스로가 짜놓은 의미의 그물망’으로 이해했으며, 인간 행위는 문화적 맥락과 상징 체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보았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기어츠가 인도네시아 자바와 발리에서 수행한 현장조사를 통해 해석 인류학의 기초를 확립했으며, 특히 「문화의 해석」을 통해 문화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바 민속이슬람을 단순한 혼합주의 현상이 아니라 독자적인 영적 세계관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슬라메탄 의례와 조상 숭배, 영적 존재에 대한 관념, 두쿤과 비밀 주문, 루쿤과 슬라멧의 이상은 모두 자바인이 세계를 해석하고 삶의 안정과 질서를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 서구 선교가 현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서구 문화와 기독교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현지인들은 기독교를 외형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기존의 세계관은 지하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국 선교가 이러한 역사적 한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인류학적 연구와 현지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 문화를 단순히 복음 전파의 장애물로 보거나 피상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현지인의 세계관과 의례, 상징 체계, 사회질서, 영적 갈망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어츠의 중층 기술은 복음을 대체하는 이론이 아니라 선교사가 현지 문화의 의미 체계를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라며 “타문화 선교는 문화에 대한 깊은 경청과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 분석,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가져오는 근본적 변혁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어츠의 자바 종교 연구는 한국 선교가 타문화 종교 세계를 이해하고 복음을 증거하기 위한 문화인류학적·선교학적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