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았던 미국 텍사스주의 한 판사가 법적 승리를 거뒀다. 법원은 해당 판사에게 1만 달러의 손해배상금과 63만 달러(약 9억 6천만원)가 넘는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며, 유사한 사건을 둘러싼 소송도 텍사스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기독교 법률단체인 퍼스트 리버티 연구소(First Liberty Institute)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트래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이 웨이코 지역 판사인 다이앤 헨슬리(Dianne Hensley)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헨슬리 판사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한 뒤 텍사스 사법행위위원회(Texas Commission on Judicial Conduct)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지난 6월 16일 내려진 판결에서 법원은 헨슬리 판사에게 텍사스 종교자유회복법(Texas 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의 보상금인 1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그녀가 이성 간 결혼 주례를 계속 맡더라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하는 것을 이유로 사법행위위원회가 조사하거나 징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퍼스트 리버티 연구소의 수석 법률고문인 히람 새서(Hiram Sasser)는 “헨슬리 판사는 항상 법률과 텍사스 법무장관이 제공한 법적 지침을 준수해 왔다”며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고 그녀의 명예가 회복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또한 “맥레넌 카운티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헨슬리 판사가 동성결혼 주례를 수행할 수 있는 지역 주례자 명단을 마련해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퍼스트 리버티 연구소에 따르면 헨슬리 판사에 대한 공식 민원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텍사스 사법행위위원회는 그녀가 텍사스 사법윤리강령(Texas Code of Judicial Conduct)을 위반했다며 공개 경고를 내렸다.
이에 헨슬리 판사는 2019년 텍사스 종교자유회복법에 따른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며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해 텍사스 대법원은 사법윤리강령에 “판사가 진실하게 가진 종교적 신념에 따라 공개적으로 결혼식 집례를 자제하는 것은 윤리강령 위반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해당 개정 이후에도 즉각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위원회 측 변호인들은 지난해 말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해당 조항은 판사가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결혼식 집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만 인정할 뿐, 동시에 이성 커플에게는 결혼 주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헨슬리 판사는 지난해 말 텍사스 서부연방지방법원에 별도의 소송도 제기했다. 그녀는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2015년 오버거펠 대 호지스(Obergefell v. Hodges) 판결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헨슬리 측은 “결혼식 집례는 표현 행위(speech)에 해당한다”며 “위원회는 헨슬리 판사가 기독교 신앙과 텍사스 법에 반하는 동성결혼을 집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이러한 표현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퍼스트 리버티 연구소는 이후 내려진 텍사스 대법원의 별도 판결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9일 텍사스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한 판사를 징계할 권한이 사법행위위원회에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 지방법원은 곧바로 헨슬리 판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퍼스트 리버티 연구소는 “헨슬리 사건은 종결됐지만, 위원회는 여전히 텍사스 전역의 치안판사들을 대표하는 집단소송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치안판사들이 동성결혼 주례를 원하지 않았으나 위원회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모든 결혼 주례 업무를 중단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은 이들이 잃은 수입에 대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