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 바스타르 지역에서 토착 종교인들이 20년 전 매장된 기독교인의 무덤을 파헤치고 유골을 불태운 뒤 재를 흩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6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인권 단체들은 이 사건을 해당 지역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명백한 경고성 폭력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6월 1일 인도 뉴델리 콘스티튜션 클럽에서 열린 비공식 민간 청문회인 '인민 법정'을 통해 폭로됐다. 인권 운동가 하르시 만데르가 설립한 시민사회단체 카르완 에 모하바트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인도 전역에서 종교 폭력을 피해 모인 생존자와 변호사, 연구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인도 내 기독교 박해 실태를 증언했다.
이번 청문회는 힌두 민족주의 폭도들이 수백 개의 교회를 불태우고 수십 명의 기독교인을 살해했던 2008년 오디샤주 칸다말 대학살 이후 두 번째로 열린 대규모 진상 규명 자리다. 행사를 주도한 언론인 존 다얄은 1999년 힌두 우익 단체에 의해 산 채로 불태워진 호주 출신 그레이엄 스테인스 선교사 일가족 살해 사건을 언급하며, 소수 종교 탄압이 국가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사자의 안식처 훼손 및 일상화된 기독교 박해 실태
청문회 현장에서는 죽은 이들의 안식처마저 유린당하는 소수 종교 탄압의 참상이 구체적으로 보고됐다. 차티스가르 소외계층 인권 변호사인 디그리 프라사드 초우한은 무덤 훼손 사건을 상세히 증언했으며, 전 인도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인 시에다 하미드는 이를 특정 공동체를 향한 최악의 잔혹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디샤 가톨릭교회 사회 행동 포럼의 전 책임자인 아자이 싱 신부 역시 매장권 거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인의 장례 행렬을 막거나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신을 탈취해 힌두교식 개종 의식을 강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이르판 엔지니어 뭄바이 사회 및 세속주의 연구 센터 소장은 힌두 우익 단체들이 내세우는 '가르 와프시(힌두교로의 귀향)'가 실제로는 심각한 강압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소형 교회와 복음주의 단체를 향한 폭력도 심화하고 있다. 사회 운동가 비디아 딘커는 고위 성직자들이 폭력 사태 당시 피해자들 곁에 없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기성 교회 지도부가 소외된 기독교인들을 위해 적극적인 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도 모임 범죄화와 힌두 민족주의 정부의 차별적 법 집행
CDI는 인도 내 소수 종교 탄압은 일상적인 신앙생활의 범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범기독교 단체 연합포럼(UCF)의 A.C. 마이클 코디네이터는 소규모 기도 모임조차 공공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인도국민당(BJP)이 장악한 십여 개 주에서 제정된 반개종법에 따라 가정집 기도 모임이 불법 개종 활동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우한 변호사는 매년 수백 건의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의 공식 수사로 이어지는 고발장 접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오히려 가해자 대신 피해자가 고발당하는 역차별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인도 대법원이 최근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반개종법 위반 사건 다수를 법적 결함과 과잉 단속을 이유로 기각했음에도, 기도 모임과 예배에 대한 경찰의 불법적 개입은 계속되고 있다.
종교 자유 주장 반박하는 이민 지표와 인권 유린 통계
CDI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가 기독교 박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음을 밝혔다. 키렌 리지주 소수민족부 장관은 청문회 직후 열린 정부 행사에서 인도 내 소수 집단이 완벽한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종교 탄압 주장은 외부 세력의 선전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들은 정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4년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인도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한 기독교인이 전체 인도 이민자의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픈도어 선교회가 발표한 2026년 세계 박해 지수에서 인도는 100점 만점에 84점을 기록했으며, 1,622명의 신자가 재판 없이 구금되어 기독교인 수감자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폭력 지수 또한 1993년 집계 이래 최고치인 16.1점(16.7점 만점)으로 치솟았다.
인도 복음주의 연맹(EFI) 역시 2014년 147건이었던 폭력 및 차별 사건이 2025년 747건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비자예시 랄 EFI 사무총장은 가장 취약한 계층이 두려움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가 민주주의의 척도라며, 문서상의 자유와 실제 현실 간의 괴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청문회를 주도한 하르시 만데르는 취약한 시민들을 국가의 변두리로 밀어내려는 조직적인 폭력에 맞서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긴급히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