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조직이나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영적 헌신과 순종의 부재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독교 선교 대회에서 싱가포르의 저명한 복음주의 지도자가 아시아 및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단순한 프로그램 관리자 역할을 벗어나 자신의 삶으로 직접 제자를 길러내는 사역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음을 6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 제자 양성 교회 글로벌 얼라이언스 설립자이자 싱가포르 언약 복음주의 자유교회 리더십 멘토인 에드먼드 찬 목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 중인 '2026 아시아 교회 및 선교 대회(ACCM)' 3일 차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25개국 200여 명의 기독교 지도자가 모인 이 자리에서 그는 4개국 5개 신학교에서 객원 교수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 글로벌 교회가 직면한 근본 과제가 기독교 제자 양성에 있음을 명확히 짚었다.
찬 목사는 신발 공장이 신발을 만들고 종이 공장이 종이를 생산하듯 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자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직관적인 비유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현재 기독교 제자 양성의 위기는 곧 교회의 생산물 위기라고 규정하며, 교회가 실제로 제자를 길러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제자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적 본질 상실과 제자 양성에 대한 구조적 오해
이날 찬 목사는 기독교 제자 양성이 왜 중요한지, 왜 방치되고 있는지, 본질은 무엇인지, 왜 실천하기 어려운지, 그리고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등 다섯 가지 진단 질문을 통해 교회 현실을 분석했다. 그는 교회 내의 모든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이며 그 근원에는 마음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자도가 확립될 때 영적 성숙이 이루어지고, 성숙은 굳건한 믿음으로, 믿음은 온전한 순종과 마음의 변화로 이어진다. 반대로 제자 양성을 소홀히 하는 교회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부재를 넘어 인적 위기와 영적 고갈이라는 연쇄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찬 목사는 수많은 교회가 기독교 제자 양성을 삶의 방식이 아닌 일회성 교육 프로그램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구 계몽주의에 기반한 '콘텐츠로서의 진리'와 하나님 및 이웃과의 '관계성으로서의 진리'를 대조하며, 지식의 전달만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역설했다. 관계적 차원이 결여된 진리는 내면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단순한 지식 전달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일상 속 제자도 정렬과 순종의 대가 지불 촉구
기독교 제자 양성의 본질을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찬 목사는 '정렬'이라고 답했다.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고, 섬기고, 선포하며, 그분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삶 전체를 맞추는 것이 제자도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누가복음 9장 23절 말씀을 인용하며 현대 교회가 매일 십자가를 져야 하는 일상성을 상실한 채 주간 프로그램에만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독교 제자 양성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로 '순종의 부재'를 꼽았다. 지상명령의 핵심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 지키게, 즉 순종하게 하는 데 있으나 현대 교회가 이 기준을 타협했다는 것이다. 찬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과 개인의 욕망이 충돌할 때 회개하고 말씀으로 돌아오기보다는, 순종의 대가를 거부한 채 형식적으로 예배당 자리만 지키는 교인들이 글로벌 교회에 널리 퍼져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러한 미온적인 신앙 태도로는 결코 의도적인 제자 양성 교회를 구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찬 목사는 과거 4년간 신앙적 방황을 겪었던 개인사를 언급하며, 예수님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결코 진정한 주님이 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 제자 양성과 거룩함은 분리될 수 없으며, 철저한 회개와 용서 그리고 구속받은 자유로운 삶의 신학이 제자 훈련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재가 아닌 삶 자체가 기독교 제자 양성의 전달 체계
연설 후반부에서 찬 목사는 안식년 기간 동안 자신과 교제했던 한 담임목사의 영상 간증을 소개했다. 영상 속 목회자는 전략이나 이론적 가르침보다 자신을 향한 찬 목사의 돌봄과 사랑에서 가장 큰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찬 목사는 대형 교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예수의 제자들이 구속의 공동체로서 삶을 깊이 나누며 함께 순례의 길을 걷는 것이 제자 양성의 본질임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 네비게이토 선교회 지도자와 나누었던 대화를 소개하며 교회의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사역이 교육 과정이나 교재를 제자 훈련의 전달 체계로 삼지만, 진정한 영적 멘토들은 교재가 아닌 자신의 삶 전체를 투자해 제자를 길러낸다는 것이다. 찬 목사는 훌륭한 멘토들의 삶 자체가 자신에게는 가장 강력한 전달 체계였으며, 자신 역시 배운 것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찬 목사는 ACCM 2026에 모인 기독교 지도자들을 향해 시스템이나 사역 모델에 의존하지 말고 한 영혼과 한 소그룹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독교 제자 양성의 궁극적인 전달 체계는 어떤 훌륭한 교재가 아니라 바로 목회자 자신이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번 2026 아시아 교회 및 선교 대회는 참석자들에게 행사 중심의 사역을 넘어선 삶의 제자도 실천이라는 무거운 시대적 과제를 던지며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