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작가인 로빈 슈마허의 기고글인 "놀랍게도, 다수의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다고 본다"(The majority of physicists say a fine-tuned universe is a fact)를 6월 8일(현지시각) 게재했다.
기독교 변증가로 활동하고 있는 슈마허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책을 냈고 미국 내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논증에 대한 무신론자들의 반박 중, 필자에게 가장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바로 목적론적 논증(즉, '미세 조정'이나 '특정된 복잡성' 논증)에 답하려는 시도들이다.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우리가 배후에 있는 '설계자'를 철저히 외면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박사는 자신의 저서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연선택이 빚어낸 생명체들은 마치 탁월한 시계공이 설계한 것 같은 인상을 압도적으로 준다. 우리에게 설계와 계획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생물학은 어떤 목적을 위해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박사 역시 같은 주장을 펼친다: "생물학자들은 자신이 보는 것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진화된 것임을 끊임없이 명심해야 한다."
기독교 변증가이자 수학자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는 그의 저서 『신을 죽이려는 사람들(God's Undertaker: Has Science Buried God?)』에서 이러한 발언들이 가진 (슬픈)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고고학자는 바위에 그어진 몇 개의 단순한 긁힌 자국만 보고도 즉각적으로 지적인 존재의 기원을 추론해 내면서,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의 35억 개 글자 배열을 마주하고도 그것이 오직 우연과 필연으로만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의아한 일 아닌가?"
필자는 꽤 오랫동안 변증 사역을 해왔기에, 미세 조정 논증과 관련해 무신론자들이 할 수 있는 자폭에 가까운 억지 주장들은 이미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최근 저스틴 브라이얼리(Justin Brierley)가 진행하는 "Unbelievable?" 팟캐스트에서 스티븐 마이어(Stephen Meyer) 박사와 필 할퍼(Phil Halper) 간에 무려 3시간 가까운 토론이 열렸다. 주제는 우리 우주가 초월적인 지성에 의해 '미세 조정'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토론에서 무신론자 할퍼는 미세 조정 개념을 반박하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것을 확증해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세 조정 논증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는지 짚고 넘어가자.
이 논증은 법의학의 핵심 규칙인 '동일성의 원리(principle of uniformity)'에서 출발한다. 이는 과거의 원인과 결과가 오늘날 관찰되는 원인과 결과와 같다는 원리다. 이 원리에 따라, 우리는 지적인 결과물은 곧 지적인 원인의 산물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전제하에 자연의 기본 상수와 물리량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살펴보면, 그것들이 우리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극도로 좁은 범위의 값 안에 절묘하게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만약 이 상수와 수치들이 머리카락 한 올의 차이만큼만 변경되었더라도, 그 정교한 균형은 깨어지고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미세 조정 논증은 시간, 물질, 변화라는 자연주의자들의 공식만으로는 생명체를 지탱하는 이 조건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기본 미세 조정 매개변수들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 중 한 명인) 프레드 호일(Fred Hoyle) 경이 "초월적인 지성이 물리학을 주물렀다"고 묘사한 것처럼, 그 배후에는 반드시 지성(Mind)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마이어 박사가 팟캐스트 토론에서 취한 입장이었고, 할퍼는 이를 반박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이 주제를 두고 오가는 두 사람의 다소 안쓰러운 공방전을 들으며, 필자는 마이어를 상대하는 할퍼의 처지를 마치 힘없는 토끼 한 마리가 거대한 산업용 탈곡기 안으로 던져지는 것에 비유하고 싶었다. 전혀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진행자 브라이얼리가 할퍼에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우리 우주에 대한 다른 대안적 설명이 있는지 묻자, 할퍼는 닐스 보어 연구소가 주최한 코펜하겐의 한 컨퍼런스에서 자신이 수행한 연구를 언급했다. 그는 그 자리에 "최고의 명성을 가진 선도적인 물리학자들이 참석"했으며, "미국 물리학회와 협력하여 우주의 미세 조정 원인에 대해 물리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대 최대 규모의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약 1,700건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지적 설계 (Intelligent design): 3% ◆필연성 (Necessity): 9% ◆다윈주의적 선택 (Darwinian selection): 10% ◆다중 우주 (Multiverse): 24%
그렇다면 대망의 1위는 무엇이었을까? 할퍼에 따르면, 1위는 "자연의 상수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맹목적 사실(brute facts)이다"였다.
그러니까,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가진 미세 조정된 상수에 대해 설명을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그저 "원래 그렇게 존재한다"며 문제를 회피해 버린 것이다. 이에 마이어는 즉각적으로 반문했다: "만약 특정 프로그래밍 결과를 출력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어떤 부분이 매우 정밀하게 조정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글쎄, 이 소프트웨어는 그냥 시스템에 존재하는 맹목적 사실이야'라고 말할까요, 아니면 프로그래머의 솜씨로 돌리고 싶어 할까요?"
두 번째 선택지가 훨씬 더 논리적이지 않은가? 할퍼의 설문조사 결과가 내포한 더 큰 그림은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에 의해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이 토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미세 조정이 '맹목적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그것이 '사실'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설명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맹목적 사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설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 하지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이 과학자들 모두가 '미세 조정이라는 사실 자체는 전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할퍼는 자신의 설문조사가 미세 조정의 사실성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반대로, 그의 설문조사는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미세 조정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미세 조정이 맹목적 사실이라고 말한다면, 어쨌든 그것이 사실임은 인정하는 셈이니까요."
이러한 논리로 마이어는 할퍼에게 물었다. "당신은 미세 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미세 조정에 대한 '설명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것입니까?"
그들이 부정하는 것은 분명 후자다. 그렇다면 할퍼와 설문에 응한 물리학자들은 왜 그런 입장을 취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신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는 '방법론적 자연주의(methodological naturalism)'에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판을 짜놓았다면, 우주의 인류 원리적 상수가 주는 분명한 의미와 함의를 마주했을 때 나라도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 척했을 것이다.
우주 밖에 존재하는 초월적 지성이 이 모든 것을 지금의 모습으로 배열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더 단순하고 지혜로운 일 아닌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아노 펜지어스(Arno Penzias)가 말한 것처럼 말이다: "터무니없이 희박한 확률의 우연이 아니라면, 현대 과학의 관측 결과들은 이면의 초자연적인 계획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비신앙적인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닫고 있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는다. 그렇다면 왜 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창조주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할 수 있도록 모든 적절한 버튼을 세심하게 누르셨을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일까?
마이어는 토론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미세 조정은 지성의 활동에서 기대할 수 있는 종류의 현상이지, 눈먼 맹목적 물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 만약 우주 자체의 미세 조정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미세 조정이 항상 지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안다면, 배후에서 '어떤 지성이 일하고 있었다'고 상정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가정입니다." 필자는 이를 보면서 그 생각과 말이 백번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