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사태’ 선관위 개선방안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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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상임대표)
김철영 목사(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상임대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사전 투표율 23.51%로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 투표율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사전 투표율 역대 최고 기록은 유권자들이 12.3비상계엄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삼았던 부정선거론을 심판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는 전체 투표율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6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만에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 50.9%보다 무려 10.9%P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높은 투표율과 공정선거 열기 속에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투표소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 선거시스템을 수출할 정도로 뛰어난 대한민국에서 투표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것은 국민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국회는 국정조사를 해서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지역 유권자는 물론 대학 총학생회, 대한변호사협회, 종교계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투표용지 부실관리를 질타하며 선관위의 혁신을 촉구했다.

이번 투표용지 부실사태의 원인은 역대 가장 높은 ‘사전 투표율’과 본 선거일에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용지 부족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선거부정’이 아니라 ‘투표용지 부실 관리사태’다. ‘부정선거’로 몰아가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임 체제로 바꿔야 한다. 대법관이 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사무총장이 실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지금의 체제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는 물론 신속하게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공직선거를 앞두고 선거 업무를 담당할 인원을 한시적으로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에서는 송파구선관위가 오전 11시40분쯤 서울시 선관위에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 같다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2시 1차로 투표용지를 내줬다고 한다. 이어 2차로 투표용지를 불출했는데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한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선관위로 전화했으면 빨리 갖다 줬어야 했다. 그런데 투표소까지 갖다 줄 선관위 직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거기간에는 한시적으로도 시군구 공무원 파견 협조를 얻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셋째는 시군구 선관위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선거종합상황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선거준비에서부터 개표를 마칠 때까지 시군구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투표율과 투표용지 수량 파악 등을 하여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넷째는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량을 이전 투표율을 기준하지 말고 전체 유권자의 수에 맞춰 충분하게 제작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선관위 설명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앞서 <제9회 지방선거 종합 관리지침>에 투표용지 인쇄 규모 축소 기준을 반영하고, 사무편람을 개정했다고 한다. 개정 내용에는 예상 사전투표율과 최근 선거의 투표율 등을 고려해 투표용지를 축소 인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는 구·시·군선관위 의결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는 선거인수의 60%, 대선과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는 50%를 ‘하한’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특히 지역 실정을 감안해 선거구 또는 투표구별로 조정하여 인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번에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같은 경우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매수를 위원회에서 의결하여 선거인수 기준 50%, 일부 투표소의 경우 60% 기준으로 인쇄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전 투표율 역대 최고를 기록했기에, 본 선거일에 투표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 결국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송파구에서만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는 14곳이었다.

서울 송파구 외에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한 투표소는 전국 22곳이었으며, 지역별로는 서울이 19곳, 인천이 3곳이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12곳으로 제일 많았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로 용지를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곳 가운데 67곳으로 서울 35곳으로 그중 송파구가 15곳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경남 각 8곳, 대구 7곳, 인천 6곳, 울산 3곳 순이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사전투표율이 증가함에 따라 본 선거일에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어, 선거일 투표용지를 전체 선거인 수의 50%를 기준으로 인쇄했다고 한다. 전체 투표용지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모자랐다고 해명했다.

특히 송파구 선관위 직원은 투표용지가 많이 남을 경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부정선거를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여 공격할 것을 두려워해 투표용지를 충분하게 인쇄하지 않았다고 했다.

투표용지 준비는 최근 선거의 투표율 또는 같은 선거의 이전 투표율을 고려하여 제작하는 것도 예산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상한 투표자보다 많은 경우를 대비해 충분하게 투표용지를 준비해야 한다. 다만,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투표용지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는 각 가정으로 발송하는 선거공보물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쓰레기 폐기물 수거업체에 따르면 선거공보물 폐기물 중 80퍼센트 이상이 봉투도 뜯지 않고 밀봉된 채 버려졌다고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9명이 선거 공보물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거공보물을 종이로 제작하는 방식과 카톡 등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가령 60세 이상 유권자에게는 종이 선거공보물을 가정으로 발송하고, 50세 이하 유권자에게는 카톡으로 선거공보물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특히 청년 유권자 또는 1인 가구 유권자는 온라인이 공보물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온‧오프라인을 병행할 경우 자원 절감과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

이번 서울 송파구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공직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은 물론 대한민국 국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총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정한 선거관리 독립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