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설교학회(학회장 류원렬 박사)가 최근 경기도 평택시 소재 평택대학교 e-컨버전스홀에서 ‘설교와 수사학’을 주제로 제41회 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설교학과 수사학의 관계를 조명하는 연구 발표를 비롯해 생성형 AI와 설교의 접점을 다루는 연구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며 현대 설교학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상규 박사(협성대)와 김희준 목사(평택대 실천신학 박사과정)가 각각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자유발표 순서에서는 서대인 목사(청운교회)가 생성형 AI와 설교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부정신학의 언어 전략과 현대 설교의 가능성 조명
이상규 박사는 ‘위-디오니시우스 부정신학의 수사학과 설교: 완서법의 설교학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하며 부정신학이 현대 설교학에 제공할 수 있는 수사학적 통찰을 탐구했다.
이 박사는 부정신학이 기독교 신학 전통 안에서 하나님의 초월성과 형용 불가성을 강조해 온 중요한 신학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지식과 언어로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발전해 온 부정신학이 오랫동안 철학적 신학과 영성의 영역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하나님에 대해 적극적으로 선포해야 하는 설교학과는 일정한 긴장 관계 속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후기 근대 이후 이성 중심적 사고와 언어의 지시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해보다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언어의 비유성과 간접성이 강조되는 현대 설교 환경 속에서 부정신학의 언어 전략이 설교학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 특히 부정신학을 체계화한 것으로 알려진 디오니시우스의 사상에 주목했다. 그는 “디오니시우스의 부정신학에 나타나는 부정의 방식이 설교학에 어떠한 수사학적 함의를 제공하는지를 고찰하였다. 디오니시우스는 부정신학을 체계화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서기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 시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기독교 신학자이자 철학자”라고 소개했다.
또한 “디오니시우스가 사용한 부정의 방식이 단순한 신학적 주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학 전반을 관통하는 언어 전략”이라며 “이 전략은 완서법을 통해 구현되며, 긍정의 부정과 부정적 의미의 부정, 이중 부정 등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형용 불가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형용 가능성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드러낸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수사적 전략이 고전 수사학의 핵심 요소인 로고스와 에토스, 파토스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며 “파토스의 측면에서는 청중을 설교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해석적 참여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며, 에토스의 측면에서는 절제된 언어 사용을 통해 설교자의 겸손과 신뢰성을 드러낸다. 또한 로고스의 측면에서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이어지는 논증 구조가 설교의 전개 방식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박사는 “디오니시우스의 부정신학이 단순히 신학적 사유나 영성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설교의 언어와 형식을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수사학적 자산”이라며 “특히 완서법은 오늘날 설교가 추구하는 절제된 언어 사용과 긴밀히 연결되며, 설교자의 발화 방식과 청중을 대하는 태도, 설교의 형태에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고 했다.
발제 이후에는 황종석 박사(백석대)·한우리 박사(한세대)가 각각 논찬했다.
◆ “설교의 전달 가능성은 해석과 수사에서 발견”
이어 발표한 김희준 목사는 ‘설교의 수사성에 관한 고찰’을 통해 설교가 복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석과 수사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 목사는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라고 정의하며 “초대교회 이후 교회가 존재하는 곳마다 설교가 있었으며, 교회사 속 신학적 유산의 상당 부분 역시 설교 형식을 통해 전승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교가 본질적으로 예수의 설교 사역의 연속이며,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사역이기 때문에 중단될 수 없는 과업”이라며 “예수께서 교회에 복음 전파의 사명을 위임하셨다는 사실은 교회가 복음을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설교가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복음의 전달 과정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에 대한 답을 해석학과 수사학, 그리고 언어학적 연구 속에서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서 그는 설교의 대상이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강조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자신이 이해한 복음의 내용을 이웃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이를 해석과 수사라고 규정했다.
김 목사는 “해석학과 수사학이 설교학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설교자는 복음을 이해한 뒤 그것을 회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야기로 다시 표현해야 하며, 단순한 이해 자체가 곧바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생각이 타인에게 그대로 이동될 수 없다는 언어학적 관점을 언급하며 “설교 역시 설교자가 이해한 복음을 자신의 언어와 이야기 속에 담아 전달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설교의 수사성”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복음을 회중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설교는 본질적으로 수사적 행위”라며 “설교자는 회중에게 맞는 언어와 표현을 선택해야 하며, 동일한 성경 본문을 다룬 수많은 설교가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 역시 수사적 필요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설교의 전달 가능성은 해석과 수사라는 인간의 능력을 사용하시는 성령의 사역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며 “설교와 설교학은 단순히 신학의 한 분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인간의 지혜와 학문의 총합을 활용하는 학제간 종합학문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전했다.
◆ 생성형 AI와 설교의 관계 탐색
자유발표 시간에는 서대인 목사가 ‘목회현장에서의 생성형 AI와 설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필립스 브룩스 설교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 목사는 요한복음 3장 16~17절을 본문으로 삼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생성형 AI가 설교의 구조적·정서적 구성에 어느 정도까지 기여할 수 있는지 실증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문 충실형 설교에서부터 고도화된 회중 주해를 담은 설교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의 실험을 통해 생성형 AI가 설교의 논리적 구조와 수사적 공감 능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상당한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결과는 생성형 AI가 지닌 본질적 한계를 보여준다”며 “AI가 만들어내는 문장과 상황 묘사는 스스로의 이해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설교자의 통찰을 반영한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필립스 브룩스의 “설교는 진리가 인격을 통과하여 전달되는 것”이라는 정의를 인용하며 “아무리 정교한 AI 설교문이라 할지라도 참된 설교가 되기 위해서는 설교자의 신앙과 삶이라는 인격적 매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설교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설교자의 책임과 사명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라며 “설교 준비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설교자는 확보된 시간을 하나님 앞에서의 영적 성찰과 회중을 향한 깊은 공감과 돌봄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AI 시대의 설교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술적 역량보다 더욱 깊은 인격”이라며 “강단 위의 유창한 언어보다 성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목회자의 인격이야말로 기계의 언어를 생명력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서 목사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가능성과 한계를 통해 오늘날 목회자들이 기술의 편리함 뒤에 머무르기보다 자신의 인격을 더욱 연마하고 진리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주제 발표와 자유발표에 이어 연구윤리교육이 진행됐으며, 이를 끝으로 모든 순서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