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 기독상담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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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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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제54회 학술대회서 종교적 자원·AI 상담·머묾의 목회신학 다뤄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는 영은교회 비전홀에서 ‘상담의 내일을 묻다: 변화의 시대, 기독(목회)상담의 적용과 개입’을 주제로 제54회 봄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승연 기자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회장 조영진 교수)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영은교회 비전홀에서 ‘상담의 내일을 묻다: 변화의 시대, 기독(목회)상담의 적용과 개입’을 주제로 제54회 봄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영은교회, 사단법인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으며, 기독교 상담과 목회상담이 급변하는 사회와 상담 환경 속에서 어떤 정체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오전강연, 회원발표, 오후강연, 자격증 수여식 순서로 진행됐다. 개회예배는 선우현 자격관리위원장의 사회로 드려졌으며, 박철형 부회장이 기도하고 박노권 목사가 고린도전서 15장 55~58절을 본문으로 ‘기독상담자의 기초: 부활의 신앙’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예배는 오화철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기독상담의 고유성과 전문성 논의

오전강연은 ‘기독(목회)상담 티키타카: 고유성과 전문성의 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는 류경숙 교수가 맡았으며, 권수영 연세대학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은 기독교 상담이 일반 상담과 어떤 점에서 구별되는지, 동시에 전문 상담으로서 어떤 학문적·윤리적 기준을 갖춰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권수영 교수는 "기독교 상담이 단순히 신앙적 언어를 덧붙이는 상담이 아니라, 내담자의 고통과 삶의 이야기를 신앙의 궁극적 관심 안에서 이해하는 상담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됐다.

권 교수는 기독교 상담의 고유성을 설명하면서도 전문성의 중요성을 함께 짚었다. 그는 "기독교 상담이 내담자의 신앙과 영적 자원을 존중하고 활용할 수 있지만, 상담자는 내담자의 삶을 섣불리 해석하거나 신앙적 정답을 일방적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상담 과정에서 신앙 언어는 위로와 회복의 자원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내담자의 고통을 축소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제기됐다.

강연에서는 기독교 상담자의 공감과 내면적 태도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분석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내담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존엄과 가능성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상담 현장에서 공감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내담자의 삶으로 들어가 함께 머무는 깊은 관계적 실천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기독교 상담은 신학과 심리학을 함께 사용하는 전문적 돌봄으로 이해됐다. 심리학적 이해는 내담자의 정서와 관계, 삶의 구조를 살피는 도구가 되고, 신학적 이해는 인간의 고통과 회복을 더 깊은 의미의 차원에서 바라보게 하는 자원이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기독교 상담자는 신앙적 확신과 상담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균형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종교적 자원·상담자 자기돌봄·AI 활용 등 회원발표 이어져

이후 회원발표에서는 기독교 상담 현장에서 마주하는 구체적 주제들이 다뤄졌다. 발표 주제는 ‘기독(목회)상담에서의 종교적 자원 다루기’, ‘기독(목회) 상담자의 자기돌봄 전략’, ‘상담에서의 AI 활용’, ‘기독(목회)상담, 무엇이 다른가요?’ 등으로 구성됐다.

‘기독(목회)상담에서의 종교적 자원 다루기’ 발표에서는 기도, 성경, 용서, 공동체 돌봄 등 종교적 자원이 내담자에게 의미와 지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상담 장면에서는 조심스럽게 사용돼야 한다는 점이 제기됐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트라우마 등 민감한 사례에서 “용서”나 “십자가” 같은 신앙 언어가 피해자의 고통을 덮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상담자의 윤리적 분별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기독(목회) 상담자의 자기돌봄 전략’ 발표에서는 상담자의 소진 문제가 다뤄졌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정서적 고갈, 공감 피로, 사명감 약화 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소진은 상담자의 전문성과 영성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적 자기돌봄, 심리·정서적 자기돌봄, 신체적 자기돌봄, 관계적 자기돌봄, 기독교적 마음챙김과 은혜 기반 자기자비 실천 등이 제시됐다.

‘상담에서의 AI 활용’ 발표에서는 인공지능 상담의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논의됐다. AI는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초기 평가와 정서 지원, 반복적 모니터링 등에서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안전망 부재와 윤리적 책임 문제, 치료적 관계 형성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AI는 인간 상담자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상담자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하며, 인간 상담자와 AI가 역할을 분담하는 블렌디드 상담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기독(목회)상담, 무엇이 다른가요?’ 발표에서는 기독교 상담이 기독교인만을 위한 상담인지, 일반 상담 현장 안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다뤘다. 발표에서는 기독교 상담이 내담자의 궁극적 관심을 탐색하고, 예수의 시선으로 내담자의 존엄과 가능성을 바라보며, 성육신적 공감을 통해 관계 회복을 돕는 상담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 고난 앞에 머무는 ‘목회신학’ 제시

오후강연 1은 김희선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조현숙 서울신학대학교 교수가 ‘신성한 울타리: 머묾의 목회신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 교수는 "고난과 트라우마를 경험한 내담자를 만나는 목회상담의 자리에서 성급한 해석이나 답변보다 함께 머무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고난을 겪는 사람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려는 시도보다, 그 고통의 자리에 함께 있어 주고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돌봄이 목회상담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조 교수는 전통적 신정론이 고난의 이유를 설명하려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지만, 실제 고통의 현장에서는 그러한 설명이 오히려 내담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특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 신앙적 해석을 서둘러 제시하는 것은 고통을 충분히 듣기보다 의미를 강요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뤄졌다.

그는 "목회상담이 고난의 원인을 쉽게 규정하거나 해결책을 빠르게 제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고통을 안전하게 말하고 다시 삶을 붙들 수 있도록 돕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울타리는 내담자를 통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무너진 내면과 흔들리는 신앙을 안전하게 붙들어 주는 신성한 공간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머묾’은 단순한 수동적 기다림이 아니라 내담자의 고통 앞에서 함께 견디고, 성급한 해석을 유보하며, 회복의 시간이 찾아올 때까지 곁을 지키는 목회적 실천"이라며 "이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고통을 문제 해결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한 인격의 삶과 신앙, 관계의 맥락 안에서 함께 바라보는 태도를 요구한다"고 했다.

◈상담 현장 질문 다룬 ‘이호선 상담소’ 진행

이어진 오후강연 2는 이헌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가 ‘기독(목회)상담 A to Z, 이호선 상담소’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강연은 기독교 상담과 목회상담 현장에서 실제로 제기되는 다양한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강연에서는 상담자가 교회 안팎에서 내담자를 만날 때 신앙적 언어와 심리학적 언어를 어떻게 균형 있게 사용할 것인지, 목회적 돌봄과 전문상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상담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적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교수는 "목회 현장에서 상담이 단순한 조언이나 권면으로 축소돼서는 안 되며, 내담자의 삶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 상담 체계와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상담과 돌봄이 이루어질 때 비밀보장, 윤리적 책임, 상담자의 한계 인식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강연에서는 기독교 상담이 신앙적 확신을 지니되, 내담자의 현실을 세밀하게 살피는 전문적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목회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신앙적 답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고통을 듣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동반자여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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