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앞두고 법원이 삼성전자가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파업 기간에도 안전보호시설과 일부 보안작업이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18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 가동 시간, 가동 규모, 주의 의무 아래 유지·운영돼야 한다고 봤다. 또 노조가 이를 정지하거나 폐지, 방해해서는 안 되며 소속 조합원들에게 같은 행위를 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 삼성전자가 보안작업으로 주장한 업무도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같은 정도로 수행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하더라도 일부 시설과 작업에 대해서는 법적 제한이 적용될 전망이다.
시설 점거·출입 방해 금지… 위반 시 간접강제 명시
법원은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시설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역시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재판부는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노조는 하루 1억 원, 지부장은 하루 1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는 파업 과정에서 생산시설과 주요 업무 중단, 안전 문제 등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제한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두 노조가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 등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시설 점거 등의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지난달 16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삼성전자 측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총파업을 앞둔 노사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하더라도 안전보호시설과 웨이퍼 관련 보안작업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생산 공정의 특성상 일부 시설과 작업이 중단될 경우 설비 손상이나 제품 변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법원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조 “법원 결정 존중…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
노조 측은 법원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오는 21일 예정된 쟁의활동은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노조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마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이 삼성전자 측 신청 취지를 일부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중은 재판부가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인력 규모에 대해서는 노조 측 주장이 일부 반영된 취지로 해석된다며, 이번 결정이 사실상 쟁의행위에 큰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주말 또는 연휴 수준의 인력 근무가 가능해질 경우 기존에 거론된 7000명보다 더 적은 인력이 근무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노조는 법원 결정이 있더라도 총파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연기할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에 각 부서별 필요 인력을 구체적으로 취합해 통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법원 결정에 따라 유지해야 할 업무와 인력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성과급 갈등 속 중노위 사후조정 진행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제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노사는 18일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 아래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열린 이번 사후조정은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진행된 교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노조가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향후 교섭 결과와 법원 결정의 실제 적용 범위가 파업 국면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