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최근 파키스탄의 펀자브주와 신드주 일대에서 필수 노동자인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이 하수구에서 작업하던 중 유독 가스를 마시고 최소 6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5월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법원이 이들을 위한 적절한 안전 조치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강력히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1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7일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에서는 세 아이의 아버지인 샤비르 마시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고, 동료인 산왈 마시흐는 유독 가스 노출로 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5월 4일에는 사히왈에서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맨홀을 청소하던 샤킬 마시흐와 사마르 마시흐가 숨졌다. 4월 17일 신드주 카라치에서도 막힌 하수관을 뚫던 윌슨, 와카스, 나지르 등 3명의 기독교인 노동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가난과 종교적 차별이 빚어낸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의 비극
인권 운동가인 윌리엄 페르바이즈는 숨진 샤비르 마시흐가 두 달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해 캄캄한 하수구에 안전 장비조차 없이 들어가야만 했던 처절한 상황을 고발했다. 그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가장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위험한 맨홀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페르바이즈는 상하수도청(WASA)의 철저한 책임 규명과 유가족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 그리고 모든 청소 노동자를 위한 필수 안전 장비 지급을 촉구했다.
펀자브주 의회의 기독교인 의원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 역시 상하수도청과 지역 당국의 무책임한 직무 유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사히왈 지역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슬림 원청업자의 책임을 덮기 위해 기독교인 하청업자인 칼리드 마시흐에게 모든 과실을 덮어씌우려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거스틴 의원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대우와 구조적 결함을 펀자브주 의회에서 긴급히 논의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노동 인권 단체들은 이번 연쇄 사망 사건이 파키스탄 청소 노동 인력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소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정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가장 위험한 현장으로 끊임없이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 장비조차 없는 죽음의 하수구 국가 시스템이 방치한 유독 가스 참사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은 공공 부문 고용 과정에서부터 구조적인 차별과 위험한 작업 환경, 그리고 카스트에 기반한 철저한 배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앰네스티는 하수구 청소와 같은 위험하고 오물투성이인 작업이 이른바 '하층 카스트' 출신의 비무슬림들에게만 압도적으로 할당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성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카스트, 종교, 성별이라는 삼중고의 굴레 속에서 더욱 위태로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직업적 낙인은 이들을 일상적인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성모독 피해자인 아시아 비비를 비롯해 수많은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신성모독 혐의를 뒤집어쓰는 억울한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과거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집된 수백 건의 정부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많은 곳에서 지원 자격을 비무슬림이나 하층 카스트로 명시하며 낡은 신분제적 고용 패턴을 노골적으로 강화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비무슬림 노동자들을 사실상 청소 직군으로 강제 밀어 넣은 셈이다.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 보호 위한 제도적 개혁안 마련 절실
이러한 부조리 속에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IHC)은 지난 2025년 12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채용 공고에서 '기독교인만 지원 가능'과 같은 차별적 언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보다 포용적인 문구를 사용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재판부는 더 이상의 억울한 희생을 막기 위해 필수 안전 장비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의 생명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인 라자 이남 아민 민하스 판사는 1988년 이후 유독 가스 노출로 사망한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가 70명을 넘는다는 참담한 통계를 언급하며,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연방 정부를 향해 제대로 작동하는 보호 장구와 유독 가스 모니터링 기기를 포함한 포괄적인 안전 대책을 즉각 의무화할 것을 명령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NCHR)는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신설된 연방헌법재판소(FCC)에 수작업 하수구 청소를 전면 근절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연방헌법재판소가 이 중대한 사안에 대한 심리를 재개한 가운데, 인권위의 이번 청원은 국가 차원의 강력한 보건 및 안전 규제망이 시급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권 운동가들은 아무런 보호막이나 구제 수단 없이 치명적인 유독 가스 위험 속으로 매일 내몰리는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을 끝내기 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신속한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