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암 전 외교관 “이란과 전쟁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 일환”

국제
중동·아프리카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채원암 전 외교관이 강의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1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강연장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인 긴장을 초래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이 열렸다. 30여 년간 외교 현장을 누볐던 채원암 전 외교관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현재의 중동 정세를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트럼프 행정부의 철저한 ‘마가(MAGA)’ 정책과 대중국 전략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채 전 외교관은 전쟁의 대상인 이란 체제의 모순과 폐해에 대해서도 신랄한 분석을 쏟아냈다. 1970년대 이란 현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현재의 이란 체제를 ‘실패한 신정 정치’로 규정했다.

그는 “이란은 인구 1억 명에 육박하고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수위권인 부국이다. 그러나 1979년 당시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높았던 이란은 현재 국민 소득이 5,1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몰락했다”며 “이는 이슬람 신정 정치를 극도로 방만하게 운영한 결과이며, 국가 경제를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질타했다.

특히 그는 이란의 초헌법적 종교 지도자 체제와 인권 탄압 실태를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는 이란 헌법 위에 군림하며,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조차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행사한다”라며 “여성의 인권은 전무한 실정이며 법정 증언에서도 여성의 진술은 남성 두 명의 증언이 있어야 법적 효력을 갖는 등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 수천 년 전의 낡은 규범으로 현대 국가를 통치하려 하니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채 전 외교관은 이번 전쟁을 역사적 응징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혁명수비대가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52명의 외교관을 444일 동안 불법 억류했다. 국제법상 미국의 영토가 침탈당했음에도 당시 카터 행정부는 무기력하게 대처했다”며 “그때부터 누적된 악연과 갈등이 현재의 전쟁 국면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20여 년간 이란이 미군에 가한 공격 수치를 제시하며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이란과 그 지원 세력은 미국을 180회 이상 공격했고, 1,000명 이상의 미군이 희생됐다. 역대 7명의 대통령은 구두 경고에 그쳤으나, 독실한 복음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 47년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정직하게 행동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연의 핵심 통찰은 이란 전쟁이 결국 대중국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 있었다. 채 전 외교관은 “미국 이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지지 기반을 철저히 붕괴시키는 데 있다”며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중국의 동맹 세력을 차례로 무력화하여 중국 공산당을 고립시키고 최종적으로 궤멸시키는 것이 트럼프 마가 정책의 지상 과제”라고 단언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그는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를 확신했다. 이어 “미국의 국방 예산은 9,000억 달러를 상회하지만 이란은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인 66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대결처럼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미국이 이란 카르크 섬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를 해병대를 통해 점령하고 경제적 자금줄을 차단하면 이란 체제는 신속히 평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 전 외교관은 중동 전쟁의 결말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현재의 중동 분쟁은 대한민국 남북 통일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안보 위협을 평정한 후에는 그 막강한 군사적 역량이 동북아시아로 집중될 것”이라며 “유럽 주둔 미군이 감축되고 동북아가 세계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목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채원암전외교관 #미국 #이란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