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대법원이 지난 2023년 자란왈라(Jaranwala)에서 발생한 반기독교 폭력 사건 관련 재판을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하라고 명령했음을 4월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도주 중인 피의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체포도 함께 지시했다.
이번 명령은 파이살라바드(Faisalabad) 지역 자란왈라에서 2023년 8월 16일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군중의 폭력 사건과 관련된 22건의 사건을 대상으로 내려졌다. 당시 폭력 사태는 두 명의 기독교인이 신성모독 혐의를 받았다는 주장 이후 발생했으며, 교회와 기독교인 주택이 공격을 받았다.
대법원, 재판 지연 문제 지적하며 신속한 절차 요구
야히야 아프리디(Yahya Afridi) 파키스탄 대법원장이 이끄는 2인 재판부는 펀자브 주 정부가 제출한 보석 취소 청원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재판 일정 지연 문제를 지적했다. 펀자브 주 추가 법무관 아흐마드 라자 길라니(Ahmad Raza Gilani)는 파이살라바드 반테러 특별법원에서 사건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며 재판을 신속히 진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모든 관련 재판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하도록 지시했으며, 펀자브 경찰청장에게 도주 중인 모든 피의자를 즉시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 아프리디 대법원장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피의자들을 지체 없이 구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사건 수사와 기소 과정의 진행 속도와 관련해 제기된 기존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폭력 사건 조사 과정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보다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수사 미흡 논란과 소수종교 인권 문제 지속 제기
2024년 2월 당시 카지 파에즈 이사(Qazi Faez Isa) 전 대법원장이 이끈 3인 재판부는 사건 진행 상황 보고서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10일 이내에 수정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6개월 동안 제출된 공소장이 18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사와 기소 과정의 지연을 비판했다.
당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총 22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며 304명이 체포됐고 18건에 대해 공소장이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의자 신원과 사건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폭력 가해자를 규명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법원은 이후 보다 철저한 재조사를 지시하고 사건 피해자 보상과 파괴된 교회 복구 상황에 대한 보고도 요구했다. 이는 종교 폭력 사건 이후 피해 회복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란왈라 폭력 사건 배경과 국제사회 우려
CDI는 자란왈라 폭력 사태가 두 명의 기독교인이 꾸란을 훼손하고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해당 혐의는 개인적 갈등에서 비롯된 조작된 사건으로 드러났으며 법원은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사건 이후 수사와 처벌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폭력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5,200여 명 가운데 실제 체포된 인원은 380명에 그쳤으며 상당수 피의자가 여전히 체포되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또한 체포된 피의자 가운데 228명은 보석으로 석방됐고 77명은 혐의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러한 상황이 처벌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면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 혐의가 제기될 경우 종종 군중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법적으로는 무거운 처벌이 규정돼 있지만 실제 사형 집행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긴장과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 순위 8위로 평가했다. 이는 종교적 소수자 보호와 법 집행 문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