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평화, 정의의 회복에서 시작”

강성호 교수 “전쟁은 국가 수단 아닌 공적 심판… 국제 질서 회복과 윤리적 통제 필요”
강성호 교수. ©기독일보DB

강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가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이하 한기윤) 홈페이지에 ‘2026년 정당전쟁론의 재구성: 국제적 권위의 붕괴와 전쟁수행의 정당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강 교수는 “2026년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 연합군과 이란의 충돌은 현대 정당전쟁 전통에 대한 사형 선고와도 같다”며 “과거의 전쟁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국제법과 보편적 도덕 규범이라는 ‘면허‘를 필요로 했다면, 오늘의 전장은 명확한 외교적 합의 없이 단행되는 선제 타격과 보복의 악순환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무력 행사가 ‘예방적 선제 타격’이라는 이름으로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거부터 기독교 전통에서는 전쟁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세 가지 엄격한 조건, 즉 정당한 권한과 타당한 이유, 그리고 올바른 의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강대국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협을 상상하며 방어의 범위를 무한히 확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정당전쟁론에서 설명하는 전쟁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정당전쟁론은 전쟁에 대한 허가증을 발급하는 이론이 아니”라며 “영국의 기독교 윤리학자 올리버 오도노반(Oliver O’Donovan)은 전쟁을 무너진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사법적 판단(judgment)’의 극단적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전쟁은 국가 정책을 이루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법적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급한 상황에서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공적인 심판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자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에서 한 국가가 전쟁이라는 이름의 사법적 행위를 수행할 때는, 그 과정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받고 통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쟁의 안개 속에서 사람들은 확신을 갈망한다. ‘우리 편이 정의다’라는 선언, ‘적을 섬멸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맹목적 애국심 등을 열망한다. 그러나 오도노반은 이러한 기계적인 규칙 적용을 넘어서 복음이 형성하는 정치적 실천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전쟁이 단순히 힘겨루기가 아니라 일종의 공정한 ‘사법적 판단’이 되려면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고,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분명히 가려내야 하며,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목표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회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안한 시대에 교회는 국가 권력을 무조건 정당화하려는 입장과 현실을 외면하는 급진적 평화주의 사이에서 신중한 윤리적 판단을 수행해야 한다”며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전쟁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두려워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현장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정말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려내는 실천적 이성을 훈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전쟁터의 포성과 교회의 기도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야 한다”며 “전쟁을 시작할 명분이 충분해 어쩔 수 없이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교회는 전쟁을 수행하는 정당성(구별성과 비례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특히 구별성 원칙은 전쟁 윤리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 원칙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한다. ‘누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정당전쟁 전통은 오직 전투원만 공격할 수 있고 민간인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며 “이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도덕적 경계선”이라고 했다.

이어 “비례성 원칙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공격의 규모가 정당한가?’ 즉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생하는 피해가 그 목적에 비해 과도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평범한 예배가 일상의 언어로 조용히 드려졌듯, 진정한 정의는 시끄러운 폭격 소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워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공정하게 판결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는 일방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시금 국제적 권위와 사법적 질서의 중요성을 외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전쟁 전통은 결국 ‘어떻게 폭력을 제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며 “이 전통은 우리에게 ‘구별성’과 ‘비례성’이라는 두 가지 소중한 윤리적 경계를 남겼다. 이 두 원칙은 전쟁을 인간의 파괴적 본능으로부터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윤리적 울타리”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는 구별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세상 앞에 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어떤 군사적 승리보다 더 귀한 가치이기에 그리스도인은 결코 전쟁을 미화하지 않는다”며 “또한, 전쟁 속에서도 끈질기게 정의를 요구한다. 참된 평화는 단순한 힘의 승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회복에서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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