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생명윤리의 기초를 재정립하고 현대 사회의 윤리 문제를 성경적으로 조망하기 위한 공개 강좌가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 이승구)는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자평법정책연구소에서 ‘기독교 생명윤리와 생명운동’을 주제로 연속 강의의 첫 시간을 진행했다.
이날 강단에 선 이승구 교수(합신대 남송석좌)는 ‘일반윤리와 기독교 윤리’를 주제로 현대 윤리학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기독교 윤리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먼저 현대 윤리학의 기반이 약화된 배경으로 20세기 이후 등장한 사조들을 지목했다. 그는 “논리실증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영향으로 윤리 자체를 의미 없는 것으로 보는 주장까지 나왔다”며 “그 결과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윤리가 개인 감정의 표현으로 축소되면서 사회 전체가 판단 기준을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목적론은 인간의 행복을, 공리주의는 다수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지만 결국 인간 욕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칸트의 의무론 역시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을 기준으로 삼는 윤리는 필연적으로 상대화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현대 사회의 가치 혼란이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주요하게 기인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절대 진리를 부정하는 흐름이 보편화되면서 모든 가치가 상대화됐다”며 “이러한 인식은 생명윤리 영역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자율성·악행금지·선행·정의’의 4원칙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이 원칙들은 일정 부분 유용하지만 인간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상황에 따라 서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경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는 입장이나 개인 경험을 강조하는 접근은 결국 성경의 권위를 약화시킨다”며 “성경을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는 관점이 기독교 윤리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각되는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 문제에 대해선 “AI는 인격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며 “결국 윤리의 문제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AI 판단이 사회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욱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의 말미에 이 교수는 “현대 사회가 절대 진리를 부정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며 “기독교인은 성경을 최종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명윤리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교회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이번 강좌를 시작으로 오는 5월 18일과 6월 15일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후속 강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