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는 뜨겁게 예배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다. 교회 안에서는 신앙을 고백하지만, 직장에서는 경쟁과 성과 중심의 문화 속에서 신앙과 삶 사이의 괴리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신간 <일터선교>는 크리스천 직장인들의 일상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며, 일터를 새로운 선교의 현장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 책은 많은 성도들이 매일 아침 출근길에 품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신앙을 지키면서도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단순한 개인적 고민으로 보지 않고, 신앙과 일의 관계를 다시 묻는 신학적 문제로 접근한다.
성속 이원론을 넘어선 일터 신학
저자는 현대 교회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속 이원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와 예배의 영역을 ‘성스러운 것’으로, 직장과 노동의 영역을 ‘세속적인 것’으로 구분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은 이러한 구분이 성경적 관점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하나님은 주일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영역을 다스리시는 분이며, 직장 또한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은 ‘주일’만의 보스가 아니며 예수님은 ‘교회’만의 머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우리의 직장 또한 창조하셨으며,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우리의 일터 역시 다스리신다는 것이다.
전도의 장소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영역
이 책이 말하는 일터선교는 단순히 직장에서 전도지를 나누거나 복음을 전하는 활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일터선교를 전통적 선교 개념과 구별하며 설명한다.
전통적인 선교가 ‘미전도 종족을 향한 지리적 확장’이었다면, 오늘날의 일터선교는 세속화된 사회 영역 속으로 복음이 다시 들어가는 ‘영역적 확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이 세상 가운데 이루시는 선교, 즉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는 삶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터는 단순한 생계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구현되는 현장으로 이해된다.
일터를 선교지로 살았던 역사
책은 일터선교의 신학적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 속 사례도 소개한다. 모라비안 공동체, 위그노 신앙인들, 동인도회사 사목 활동, 그리고 한국의 군인교회 운동 등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일터가 실제로 선교의 현장이 되었던 발자취를 추적한다.
특히 평신도의 역할에 주목하며, 교회 밖에서 살아가는 평신도야말로 하나님 나라 확장의 중요한 주체라고 강조한다. 교회 중심의 선교 패러다임을 넘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 자체가 선교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AI 시대와 일터 영성
책의 후반부는 현대 사회가 맞이한 기술 변화 속에서 일터 신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노동의 의미와 인간의 소명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AI가 인간을 구원하지 못하며, 구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존재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AI 시대는 인간이 어떤 신을 섬기며 어떤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기술과 효율의 논리 속에서도 노동의 의미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일터 영성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터는 또 하나의 예배 공간
<일터선교>는 결국 일터를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실현되는 공간으로 바라보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사무실과 공장, 학교와 병원, 가정과 다양한 직업 현장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삶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예배가 교회 건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터로 확장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터는 더 이상 세속적 공간이 아니라 신앙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자리다.
이 책은 신앙과 직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크리스천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주일의 예배가 월요일의 일터까지 이어질 때, 일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