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북한 노동당 제9차 당대회 이후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국 후보위원 복귀와 함께 노동당 총무부장에 오르면서 북한 권력 구조 내에서 김여정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이사회(HRNK)는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김여정의 총무부장 승진이 북한 권력 구조에 미치는 의미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직과 총무부장 직책을 동시에 맡게 되면서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개최 사실을 보도하며 장관급에 해당하는 당 부장단 개편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김여정은 기존 차관급에 해당하는 부부장에서 장관급인 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북한 권력 핵심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의 후보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권력 중심부로 복귀했다.
이어 사흘 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김여정이 당 총무부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총무부장 직책이 북한 노동당 지도부를 지원하는 핵심 행정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승진이 의미하는 권력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당 지도부에 대한 행정, 재정, 물류 지원을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당 지시문과 각종 기밀 자료를 포함한 내부 문서와 기록을 관리하는 업무 역시 총무부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특히 총무부는 최고 지도부 내부 통신 경로를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지도자의 발언과 지시 사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능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 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지도부 및 물자 공급과 관련된 부서와도 긴밀하게 연계된 구조로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점에서 총무부는 북한 노동당 내부 운영과 최고 지도부 지원 체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조직으로 평가된다.
HRNK는 보고서에서 김여정이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위를 기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여정은 강한 권력 행사와 급한 성향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정치국 후보위원직과 총무부장 직책이 결합된 이번 인사가 김여정의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통제와 김주애 후계 구도 변수
다만 보고서는 김여정의 권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그녀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과거 정치국 내에서 김여정의 승진과 강등이 반복됐던 이력을 언급하며 이러한 변화가 김정은이 김여정의 권력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권력 관리의 배경에는 김정은의 딸로 알려진 김주애의 존재가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김주애가 현재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여정이 잠재적 권력 경쟁자로 부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권력 균형 전략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김주애가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그 기간 동안 김여정의 권력이 일정 수준 이상 확대되는 것을 김정은이 경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앞으로 김여정이 정치적 실수를 저지르거나 권력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김정은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는 HRNK의 선임고문 로버트 콜린스가 집필하고, 그레그 스칼라튜 HRNK 회장이 편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