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추진한 글로벌 관세 조치가 당초 공언한 15%가 아닌 10% 세율로 우선 시행됐다. 백악관은 15% 인상을 위한 별도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24일(현지 시간) NBC뉴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날 0시 1분 관세 발효를 앞두고 수입업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특정 면제 대상이 아닌 한 모든 국가에 대해 150일간 10% 세율이 적용된다”고 통보했다. 이는 한국 시간으로 같은 날 오후 2시 1분에 해당한다.
백악관 역시 글로벌 관세가 일단 10%로 시작된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다만 15%로 세율을 인상하기 위한 별도의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15% 인상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추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하자,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모든 교역 상대국에 10%의 단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 등 특정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정 기간 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러나 발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0% 관세를 “법적으로 허용되고 검증된 최대 수준인 15%로 즉시 인상하겠다”고 밝히며 입장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15% 글로벌 관세가 곧바로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 발효 단계에서는 10% 세율이 우선 적용됐다.
15% 글로벌 관세 방침은 지난해 비교적 낮은 관세 조건으로 우대 무역 합의를 체결했던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영국은 일부 품목에 대해 10% 상호관세 적용을 합의한 상태였으나, 세율이 15%로 인상될 경우 평균 관세율이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 역시 15% 관세율이 적용되면 평균 관세율이 0.8%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총리실은 “미국이 1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히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EU 또한 15% 관세 계획에 대응해 미국과의 무역 합의 비준을 연기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시아 주요 교역국들도 대응에 나섰다. 일본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통화에서 관세 체계 변화가 일본 수출에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요청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미국과의 합의에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및 금융 제공을 약속하는 대신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최근에는 360억 달러 규모의 세 개 프로젝트가 발표됐으며, 오는 3월로 예정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미 기간 중 추가 발표가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네 번째 교역 상대국인 대만 역시 이번 관세 조치가 기존 양자 무역 합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미국과 추가 협의를 추진 중이다. 정리쥔 부총리는 지난 12일 체결된 관세 합의와 관련해 새로운 관세보다 해당 합의가 우선 적용된다는 확약을 받기 전까지는 의회 비준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관세가 10%로 우선 시행되면서 국제 통상 환경은 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백악관이 예고한 15% 인상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과 시행 시점, 그리고 주요 교역국들의 대응 수위에 따라 미·EU·미·영·미·일·미·대만 간 무역 관계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