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인 신성모독 사건 논란…시각장애인 기독교인 보석 기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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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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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증거 신빙성 논란 속 사형 가능 혐의 적용…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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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기독교인이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된 뒤 법원이 보석을 기각하면서 종교 자유와 기독교인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사건 기록의 불일치와 증언 신빙성 문제 등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법원이 보석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파키스탄 기독교인 박해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은 지난 4일 신성모독 혐의로 구금 중인 49세 기독교인 나딤 마시흐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도주하거나 증인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건을 담당한 변호인 자베드 사호트라는 경찰 보고서와 검찰 측 증언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존재함에도 법원이 추가 심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의 핵심 증거와 증언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보석이 허용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 기독교인 신성모독 혐의…사건 경위와 논란

CDI는 피해자인 나딤 마시흐가 지난해 8월 21일 라호르 모델타운 공원에서 체포된 뒤 파키스탄 형법 295-C 조항에 따라 기소됐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할 경우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순찰 중 신성모독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현장에서 피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를 둘러싼 경찰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원은 밤 9시에 폐쇄되는데 경찰은 밤 11시 순찰 중 사건을 인지했다고 주장했으며, 통신 기록상 고발인과 피의자 모두 해당 시간에 공원에 있지 않았다는 정황도 제시됐다고 밝혔다.

검찰 측 증인들의 진술 역시 신빙성 논란이 제기됐다. 주차장 계약업자 2명은 사건 발생 13일 뒤에야 피의자가 문제 발언을 했다고 신고했으며, 당시 즉시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변호인은 이러한 지연 신고와 진술 내용의 모순이 사건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가족 측 "분쟁 이후 조작된 혐의" 주장

피해자 가족은 이번 사건이 개인적 분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나딤 마시흐의 모친 마사 유사프는 아들이 공원 방문객을 대상으로 체중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계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공원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않았으며, 사건 당일에는 영업을 방해하고 폭행한 뒤 경찰서로 끌고 가 신성모독 혐의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했다.

가족 측은 구금 과정에서 피의자가 폭행을 당하고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고도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나딤 마시흐는 선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상태에서도 학업을 마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부친과 형제가 사망한 이후 그는 가족의 유일한 생계 책임자였으며, 현재는 이혼한 딸이 가사 노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신성모독법과 기독교인 인권 논쟁

CDI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오랜 기간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해당 법률이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개인 간 분쟁 해결 수단, 재산 갈취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국제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를 통해 신성모독 혐의가 폭력 선동과 공동체 추방, 재산 탈취 등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광범위한 법 조항과 낮은 증거 기준이 취약계층에게 공포를 조성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성모독 혐의는 강한 사회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특성상 법원이 보석을 허용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다만 증거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보석이 허용된 사례도 일부 존재하지만, 이러한 판결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지속적 문제 제기

국제 감시단체들은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이 신앙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감시 목록에서 파키스탄은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 상위권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파키스탄 내에서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적 소수자들이 차별, 폭력 위협, 강제 개종, 강제 노동 등 다양한 형태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 집행의 미비와 사회적 압력이 결합되면서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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