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반응의 세대의 특징(창세기 19장)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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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목사(대림다문화센터 대표, 연합교회 담임)
대림다문화선교센터 대표 이선규 목사

1. 자극의 시대, 서로 다른 반응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자극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된다.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부부간의 말 한마디가 예기치 못한 갈등이 되기도 하고, 억울함과 상처, 성공과 실패 앞에서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비가 내려도 어떤 사람은 우산을 펴고 묵묵히 걸어가지만, 어떤 사람은 원망하며 멈춰 선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반응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성경 역시 이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열두 명의 정탐꾼을 보냈다. 그들이 돌아와 보고할 때 열 명은 “그들은 거인이고 우리는 메뚜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은 “그들은 우리의 밥이다”라고 반응했다. 같은 땅을 보고도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른 반응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2. 반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반응은 우연히, 혹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은 이미 마음에 품은 생각의 열매다. 마음에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생각이 형성되고, 그 생각이 결국 반응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반응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마음이 불평으로 가득 차 있으면 상황은 언제나 불만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마음이 믿음으로 채워져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도 소망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적인 반응은 대개 즉각적이다. 억울하면 곧바로 화가 나고, 상처를 받으면 즉시 방어하려 한다. 그러나 믿음의 반응은 다르다. 먼저 듣고, 천천히 말하며, 한 번 더 생각한 뒤에 반응한다. 이것이 신앙의 태도다.

군대에서 외치는 구호 가운데 “우리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군대는 명령과 복종이 기본이다. 상황과 여건을 불문하고 지휘관의 명령이 내려지면 즉시 움직여야 한다.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복종이 곧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창세기 19장에서 롯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들의 경고를 듣고 사위들에게 전했다. “하나님께서 이 성을 멸하실 터이니 일어나 이곳에서 떠나라.” 그러나 그들은 이를 농담으로 여겼다. 건성으로 반응한 것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없었기에 그분의 말씀을 가볍게 여겼고, 결국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3. 성공 속의 무반응, 롯의 모습

창세기 19장 1절에는 롯이 성문에 앉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문은 공회가 열리던 장소로, 성읍의 중요한 일이 결정되는 자리였다. 그곳에 앉아 있었다는 것은 롯이 상당한 사회적 위치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세상적으로는 인정받는 사람이었지만, 영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본문 8절과 14절을 보면, 롯은 딸들을 소돔 사람들과 결혼시켰고, 몰려온 무리에게 딸들을 내어주겠다고까지 말한다. 이는 그의 가치관이 이미 소돔의 문화에 물들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소돔의 멸망을 전하는 말을 사위들이 농담으로 여겼다는 기록은 그들의 영적 무감각을 드러낸다.

베드로후서 2장 8절은 “의인이 그들 중에 거하여 날마다 저 불법한 행실을 보고 들음으로 그 의로운 심령이 상하였다”고 말한다. 야고보서 2장 17절은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 말씀한다. 롯의 아내는 결국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이 되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결단하지 못한 결과였다.

창세기 19장은 구원과 타락, 심판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보여준다. 아브라함은 구원받은 성도의 대표로, 롯은 세상과 타협한 인물로, 롯의 아내는 뒤돌아본 배교자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잘못된 선택과 무반응은 결국 가정과 공동체를 파국으로 이끈다.

4. 무반응을 넘어 믿음의 반응으로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다. 작은 풀 한 포기도 토양과 햇빛, 온도가 맞아야 자라듯이, 신앙 역시 말씀이라는 자극과 믿음의 반응이 있어야 성장한다. 하나님은 오늘도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신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롯의 사위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농담으로 여기고 무반응으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세상의 권세는 우리의 믿음을 무너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어 댄다.

승리의 비결은 단순하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믿음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시험이 올 때 원망 대신 기도하고, 분노 대신 기다리며, 두려움이 올 때 말씀을 붙드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반응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작은 반응 하나가 생명의 씨앗이 되어 우리의 삶과 이웃에게 큰 열매를 맺게 한다. 누가복음 17장 32절은 “롯의 아내를 기억하라”고 말씀한다. 생각하고, 분별하고, 믿음으로 반응하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나라를 소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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