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익숙한 성경 본문 가운데 하나인 십계명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새롭게 조명한 신간 <다시 읽는 십계명>이 출간됐다. 이 책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십계명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며, 성서의 가르침이 현대 사회의 윤리적 문제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십계명이 익숙한 만큼 오히려 피상적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상을 만들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와 같은 계명들이 오늘의 신앙인에게는 자신과 무관한 규범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문제로 제기하며, 성서가 말하는 ‘형상’, ‘살인’, ‘도둑질’의 의미가 과연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지 질문한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십계명을 단순한 종교적 금령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해석하는 기준으로 다시 읽도록 안내한다.
특히 책은 십계명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의 구체적 이슈와 연결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자는 형상 금지 계명을 단순한 물리적 우상 숭배의 금지가 아니라 권력 추구와 경제적 이득을 절대화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우상 문제로 확장해 해석한다. 또한 그루밍 성범죄, 부동산 문제, 가짜 뉴스, 표절 등 동시대 사회의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십계명의 관점에서 성찰하며, 성서가 오늘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기준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성경 속 다양한 ‘십계명 전통’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뿐 아니라 신명기 5장의 십계명, 출애굽기 34장의 제의 십계명, 신명기 27장의 ‘저주 십계명’, 레위기 19장의 확장된 율법 등 성경 전반에 나타나는 다양한 계명들을 함께 살핀다. 저자는 서로 다른 본문들이 단순히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루며 십계명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십계명을 ‘율법의 정수’이자 ‘성경의 심장’으로 규정하며 그 중요성을 세 가지 특징으로 정리한다. 먼저 십계명은 구체적 처벌 규정을 담지 않은 ‘강령적 선언’으로서 율법의 정신을 요약한다. 둘째, 계명에 목적어가 명시되지 않은 점은 특정 신분이나 계층을 넘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윤리임을 보여 준다. 셋째, 십계명의 수여자가 왕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인간이 법 아래 평등하다는 급진적 메시지를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책은 성경 본문에 담긴 언어적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한다. 예컨대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에 사용된 히브리어 ‘카베드’가 단순한 존경을 넘어 경제적 책임을 포함하는 개념임을 설명하며,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이 단순한 재산 보호를 넘어 타인의 가정 전체를 보호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은 십계명이 단순한 도덕 규범을 넘어 공동체 질서와 인간 관계 전반을 다루는 포괄적 윤리 체계임을 보여 준다.
저자는 산업화와 문명 발전으로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진 현대 사회에서 성서의 율법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고대 율법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고 오늘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십계명을 “사문화된 고대의 규범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 쉬는 말씀으로 회복하는 작업”이 오늘날 신앙인에게 절실하다고 말한다.
<다시 읽는 십계명>은 익숙한 본문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이끌며, 성서의 윤리가 오늘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성경의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뿐 아니라, 신앙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