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여전히 무겁고 낯선 절기다. 애통, 절제, 금식, 고난이라는 이미지가 앞서고, 때로는 고난주간의 전조나 형식적인 종교 관습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순절, 돌이키며 바라보다>는 이러한 통념을 넘어, 사순절을 “하나님께서 이미 시작하신 은혜를 다시 바라보며 그분께로 방향을 돌리는 시간”으로 재조명한다.
이 책의 저자 이서 매컬리는 공공 신학자로서의 학문적 깊이와 성공회 사제로서의 목회적 감수성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그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사순절의 여정을 따라가며, 회개와 절제가 신자를 짓누르는 짐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단히 붙들어 주는 은혜의 통로임을 차분히 풀어낸다. 사순절을 단지 고통을 미리 연습하는 기간으로 이해하는 대신, 신앙의 첫 기쁨과 최종 완성 사이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지탱해 주는 ‘중간 지대의 영성’으로 설명한다.
책은 사순절 동안 교회가 권면해 온 다양한 영성 훈련인 재의 수요일 예식, 금식, 성경 읽기, 죄 고백, 자선, 고난주간 예전을 하나하나 살피며, 이 실천들이 왜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지 묻는다. 저자는 이러한 훈련이 신앙을 증명하기 위한 업적이 아니라, 지치고 타협하기 쉬운 신자의 삶을 다시 은혜의 질서 안에 세우는 공동체적 지혜라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이 반복해서 넘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은혜 또한 반복해서 주어진다는 사실이 사순절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회개를 절망이나 자기 혐오의 언어가 아닌, 생명과 기쁨을 향한 부르심으로 해석한다. 재의 수요일이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날인 동시에, 죄가 진정한 기쁨의 근원을 속이는 거짓임을 깨닫게 하는 날이라는 설명은 사순절 영성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다. 신앙의 열정이 식고 예배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소망의 근거는 우리의 성취가 아니라 “무덤이 비어 있다”는 복음의 사실에 있다는 저자의 진술은 사순절을 지나 부활로 향하는 길의 중심을 붙든다.
<사순절, 돌이키며 바라보다>는 교회력과 전례라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오늘의 독자가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언어로 사순절을 설명하는 균형 잡힌 입문서다. 사순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신자들뿐 아니라, 소그룹과 공동체를 인도하는 목회자와 교사, 절기를 신앙 성숙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길잡이가 된다. 반복해서 찾아오는 교회의 시간 속에서, 신앙이 더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