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가 기독교 박해 국가 순위에서 한 단계 하락했지만, 현지 기독교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세계감시목록(WWL) 2026’에 따르면, 인도는 전년도 11위에서 12위로 내려갔으나 박해 종합 점수는 84점으로 변동이 없었다. 이는 인도의 순위 변화가 상황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박해 상황이 더욱 악화된 데 따른 상대적 변동이라는 분석이다.
오픈도어는 세계감시목록이 국가 간 상대 비교를 기반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순위 하락이 곧바로 박해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의 박해 강도는 여러 지표에서 오히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지수 역대 최고치… 기독교인 구금·체포 세계 최다 기록
이번 보고서에서 인도의 폭력 점수는 16.7점 만점에 16.1점을 기록하며, 오픈도어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인도는 조사 기간 동안 기독교인 구금과 체포 건수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보고 기간 동안 1,622명의 기독교인이 체포되거나 재판 없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 생활 영역에서의 박해 점수 역시 15.1점을 기록해,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법·제도와 사회 전반에서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이 광범위하게 제약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현지 모니터링 단체들 “박해는 감소 아닌 구조적 확산”
인도 내 기독교 박해를 감시해 온 현지 단체들도 유사한 평가를 내놓았다. 인도복음주의연맹(EFI) 종교자유위원회는 2025년 한 해 동안 최소 920건의 기독교인 대상 사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단일 연도로는 역대 최다 수치라고 밝혔다.
인도기독교연합포럼(UCF) 역시 2024년에만 834건의 사건을 집계했다. UCF는 2025년 연례 보고서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예비 조사 결과 박해와 폭력이 더욱 조직화되고 위험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혐오 발언의 급증과 함께 기독교인을 겨냥한 집단적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성 대상 성폭력·괴롭힘 증가… 신앙 관련 사망도 발생
세계감시목록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괴롭힘 사례는 전년도 대비 69% 증가했다. 이전 조사 기간 13건이었던 관련 사례는 22건으로 늘어났다. 또한 조사 기간 동안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은 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20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개종법 남용, 박해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
기독교 지도자들은 최근 인도 내 박해 양상이 물리적 폭력에서 법적 압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州) 정부 차원에서 제정·강화되고 있는 반개종법이 주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라자스탄주는 반개종법을 제정한 12번째 주가 됐다. 해당 법률들은 개종의 강요나 사기를 금지한다는 명분 아래,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거나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독교 선교와 종교 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1월에는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기독교인 부부가 반개종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법은 2024년 개정을 통해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강화된 상태다. 현지에서는 다수의 사건에서 경찰이 강제 개종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인정했음에도, 체포와 기소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순위 하락의 배경… 타국 박해 악화에 따른 상대적 변화
인도의 순위 하락에는 일부 폭력 지표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교회 공격이나 폐쇄 사례는 전년도 459건에서 82건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마니푸르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강제 이주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오픈도어는 폭력의 성격이 변화했을 뿐, 박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시리아 등 일부 국가의 박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순위 상위권에 새로 진입한 것도 인도의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인도의 상황이 개선돼 순위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지속되는 종교적 압박
보고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경제적 성장과 국제적 위상 강화가 정부로 하여금 소수 종교 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은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사회적 적대감과 혐오 발언의 확산이 박해를 구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집회와 온라인 공간을 통해 확산되는 혐오 표현이 교회 공격과 예배 방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현실”
기독교 인권 활동가들과 지도자들은 세계감시목록 순위만을 근거로 인도의 상황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해가 일상화되고 행정·사법 절차 속에 내재화될수록 외부에서는 덜 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신앙 공동체에는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가 통계와 순위뿐 아니라 현지 모니터링 결과와 피해자들의 증언에도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여전히 ‘극심한 박해’ 국가군에 포함돼 있는 만큼, 종교 자유와 시민권 보호를 위한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