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내세운 李 대통령, 개신교 수사 가능성 언급에 논란

사회
사회일반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정교분리 왜곡 발언, 조선총독부 논리와 닮아”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 질문을 받던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신천지 특검과 관련한 발언 과정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개신교계 일부를 수사 가능 대상으로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헌법이 보장한 정교분리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월 2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교분리를 굳이 헌법 조문에까지 명시한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면서도 큰 충돌 없이 유지돼 왔다”며 “종교가 다르면 반드시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를 관리해 온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해소되지 않는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며 “그래서 정교분리를 헌법에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개인적으로 정치적 선호를 드러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놓고 조직적으로 하는 일은 없었다”며 “최근 들어 그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개신교 일부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개신교는 그동안 대놓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그런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심지어 설교 시간에 ‘이재명을 죽여라, 그래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교회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표현을 설교 제목으로 내건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이러한 현상을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선호가 결합된 상태”로 규정하며 “이 경우에는 양보가 없고, 결국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적 신념을 조직적으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이번 기회에 엄정한 제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개신교 수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개신교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이 있었다”며 “경계가 불분명해 지금까지는 놔두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수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밭갈이할 때 큰 돌부터 치우고, 이후 자갈과 잔돌을 정리하는 것처럼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또 “정교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법률 보완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처벌 강도가 낮은 것 같다”며 “슬쩍슬쩍 정치에 개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개인이 정치적 선호를 갖는 것은 종교와 무관한 개인의 자유”라면서도 “종교 시스템 자체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를 두고 “나라를 지키라고 준 총을 국민에게 겨누는 것과 같은 반란 행위”라고 비유하며,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종교계 인사들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 당시 모습. (맨중앙)이재명 대통령, (맨왼쪽에서 첫째)고경환 한기총 대표회장, (맨왼쪽에서 네번째)김정석 한교총 대표회장. ©뉴시스

그러나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법조계에선 정교분리의 본래 뜻을 왜곡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인사인 A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교분리 인식이 “헌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이 말하는 정교분리는 종교의 공적 발언을 봉쇄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종교를 지배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라며 “대통령이 정교분리를 근거로 교회의 설교와 발언을 수사·처벌 대상으로 거론하는 순간, 이는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헌법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는 대통령의 발언이 역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신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교분리를 내세워 교회를 침묵시키려는 논리는 과거 조선총독부가 한국교회의 양심적 발언과 독립운동을 억압할 때 사용하던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며 “당시에도 교회가 정치에 관여한다는 이유로 탄압했고, 지금도 같은 논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종교의 정치 개입을 막겠다는 수준을 넘어, 국가 권력이 종교의 설교 내용과 신앙적 표현을 감시·제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이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라, 권위주의 통치자가 쓰는 언어에 가깝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는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에도, 군사독재 시절에도 국가 권력이 부정의로 치달을 때 침묵하지 않았다”며 “정교분리는 교회를 침묵시키는 족쇄가 아니라, 교회가 두려움 없이 권력을 비판하도록 보장하는 헌법적 방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정교분리를 왜곡해 종교의 입을 막으려 한다면, 한국교회는 과거 독립운동의 정신처럼 헌법과 양심에 따라 저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교회의 저항은 폭력이 아니라 말과 양심, 법과 역사로 하는 저항”이라며 “정교분리를 빌미로 신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한국교회가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헌법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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