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약속과 성취 (창세기 15:8-21절)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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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목사(대림다문화센터 대표, 연합교회 담임)
대림다문화선교센터 대표 이선규 목사

◆ 하나님의 약속, 신앙의 핵심

기독교 신앙을 상징하는 여러 핵심 개념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하나님의 약속과 그 성취이다. 성경 전체는 약속하시는 하나님과 그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구약성경은 옛 언약, 곧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주어졌는지를 기록한 말씀이며, 신약성경은 새 언약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름으로 구원을 얻게 되는 은혜의 약속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증언한다. 선지자들에게 주신 말씀은 장차 이루어질 은혜의 약속이었고, 신약은 그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음을 선포한다.

◆ 절대적인 하나님의 약속

인간이 하는 모든 약속은 하나님의 허락 아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제한적 약속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약속은 연약하고 가변적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은 절대적이다. 고린도후서 1장 20절은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러므로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고 증언한다. 하나님의 약속은 상황이나 인간의 조건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히브리서 11장 1절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고 말한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을 실상처럼 붙들고 살아가는 것이 곧 신앙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약속을 쉽게 저버린다. 그 결과 좌절과 혼란, 다툼이 일어나고, 권위는 무너져 불신의 사회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전쟁의 소용돌이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유대 사회에서는 문서보다 말 한마디의 신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아브라함 역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어떠한 조건이나 변명도 없이, 말씀하신 대로 믿고 순종하여 길을 떠났다. 성경은 이것을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건으로 기록한다.

◆ 약속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믿음

여호와께서 아브라함과 사라를 갈대아 우르에서 가나안 땅으로 부르실 때 두 가지 약속을 주셨다. 하나는 그의 후손이 크게 번성하리라는 약속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에게 축복의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아브라함이 백 세에 가까워질 때까지도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노년에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며,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질서와도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백 세에 가까운 노인과 아흔 살의 여인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다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개입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불안에 사로잡힌 아브라함이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창 12:7)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했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창세기 15장 2절과 3절에서 그는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 주께서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내 집에서 길리운 자가 후사가 될 것입니다”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뒤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는 당시의 관습에 따라 종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계획을 자신의 이성적 한계 안에서 이해하려 한 시도였다. 인간의 합리적 사고로 하나님의 초월적 계획을 재단하려 할 때,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 하나님의 약속과 인간의 수단

아브라함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아들이 없다는 현실이었다. 이 사실은 그로 하여금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인간적인 계산과 판단은 종종 하나님의 뜻과 충돌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라”고 약속하셨다. 믿음이란 언제나 미래의 소망을 붙드는 것이다. 죽음을 가까이 둔 노인에게 하나님은 머나먼 가나안 땅으로 떠나라고 명하셨고, 땅 한 평 없던 아브라함에게 그 땅이 모두 그의 소유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다. 이는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씀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자식에 대한 소망은 끊어진 듯했지만, 아브라함은 끝내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가 소망을 붙든 이유는 어떤 징조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약속하신 하나님 자신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는 이삭을 얻게 된다.

우리의 소망 역시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낙심해서는 안 된다.

◆ 약속 위에 서는 믿음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런던 시내가 불바다가 되었을 때, 한 노인이 앤드루 교회 마당에 엎드려 “하나님, 우리의 소망이 어디에 있습니까? 영국의 위대한 유산들이 불타고 있습니다”라고 통곡하며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한참 후 연기가 걷히자 그의 눈앞에 성 바울 대성당의 십자가가 보였고, 그는 “하나님, 알겠습니다. 저것만이 우리의 소망입니다”라고 고백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오늘날에도 무엇이 참된 가치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악의 세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참된 신앙이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하나님께서는 능히 이루실 수 있음을 믿는 것이다. 사라가 아들을 낳은 사건이나,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한 사건은 모두 자연 법칙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창조적 역사였다.

로마서 4장 21절은 “약속하신 그것을 또한 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하였으니”라고 증언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급이시며, 우리의 방패이시다.

또한 요한일서 1장 6절과 7절은 하나님과의 참된 교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가르친다. 빛 가운데 행하는 자에게만 하나님과의 사귐이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신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하나님과 진실한 교제 가운데 있는 자에게 주어진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두 가지 약속을 주셨다. 하나님 자신이 방패가 되어 보호하시겠다는 약속과, 친히 상급이 되어 복을 주시겠다는 약속이다.

하나님의 약속을 인간의 이성으로 축소하지 말고, 주님께서 주신 그 약속을 굳게 붙들어 약속의 성취를 경험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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