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교수의 교회행정 가이드③] 교회를 살리는 섬김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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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행정은 일반 관리기술을 넘어 사랑으로 사람을 세우는 목회다

양기성 박사
교회에서 “행정”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많은 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차갑고 딱딱한 관리, 규정, 문서, 회의다. 그래서 목회 현장에서는 행정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혹은 ‘목회의 본질은 아닌 보조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성경과 교회 역사를 깊이 살펴보면, 이런 인식은 근본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 행정은 관리가 아니다. 행정은 목회다. 더 정확히 말하면, 행정은 목회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섬김의 구조다.

1. 성경이 말하는 지도력은 ‘돌봄’이다.

성경은 지도자를 관리자(manager)가 아니라 ‘목자’(shepherd)로 묘사한다. 목자는 양을 숫자로 관리하지 않는다. 이름을 알고, 상태를 살피며,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이 돌봄이 실제 공동체 속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와 질서가 필요하다.

예수께서 오병이어 사건 이후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떼를 또는 백 명씩 또는 오십 명씩 앉히라”(누가복음 9:14) 이 장면에서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배치하고 정돈하도록 하신다. 이는 단순한 질서 유지가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먹고 돌봄을 받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다시 말해 질서는 사랑의 한 형태였다. 오늘날 교회행정도 마찬가지다. 행정은 효율을 위한 도구 이전에,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장치다.

2. 행정이 없는 목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성령으로 한다”는 말이 행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 성령의 역사는 인간의 책임을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령은 사람들을 통해, 구조 속에서 일하신다.

행정이 부실한 교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몇 사람에게 과도한 부담이 집중된다. 재정 사용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생긴다. 회의가 감정 싸움으로 변질된다. 직분자가 소진되고 떠난다.

이 모든 문제는 믿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목회를 감당할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은 성령을 대신하지 않지만, 성령의 일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바울이 디도에게 보낸 편지에서 “각 성에 장로들을 세우라”(디도서 1:5)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영적 권위의 분배이자,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돌보기 위한 행정적 결정이었다.

3. 존 웨슬리에게서 배우는 ‘목회적 행정’

존 웨슬리는 행정을 신학의 하위 개념으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행정은 곧 성화를 돕는 목회적 도구였다. 웨슬리가 클래스 모임을 만든 이유는 출석을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앙 상태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함이었다.

그는 질문을 만들었고, 점검을 제도화했으며, 지도자를 훈련했다. 이 모든 것은 행정이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단 하나였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웨슬리의 행정은 숫자를 관리하지 않았다. 영혼을 돌보았다. 오늘날 교회행정이 다시 배워야 할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4. 재정·회의·조직은 모두 목회 현장이다.

많은 교회가 재정, 회의, 조직 운영을 ‘영적이지 않은 영역’으로 분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영역들에서 교회의 영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재정 행정은 신뢰의 목회다. 회의 행정은 경청과 존중의 목회다. 조직 행정은 은사를 살리는 목회다.

행정이 건강하면 말하지 않아도 교회의 방향이 보인다. 반대로 행정이 왜곡되면 설교가 아무리 은혜로워도 공동체는 병들기 시작한다.

행정은 강제와 통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하나님 뜻을 분별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교회행정은 기술 이전에 영성이고, 규정 이전에 관계다.

5. 교회를 살리는 행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 한국교회는 규모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공통된 위기를 겪고 있다. 사람은 줄고, 갈등은 늘며, 책임질 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위기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행정은 목회를 방해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행정은 목회를 자유롭게 한다. ‘교회를 살리는 행정가이드’의 연재는 행정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행정의 시선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리의 언어에서 돌봄의 언어로, 통제의 구조에서 섬김의 구조로 나아갈 때 교회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교회행정은 일반관리기술을 넘어 사랑으로 사람을 세우는 목회다(Church administration goes beyond general management skills. It is pastoral ministry that builds people up in love.)”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에베소서 4:12)

양기성 교수(행정학 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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