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질서를 함께 세우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가 교회행정이다. 교회 안에서 “행정”이라는 말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행정은 세속적인 것이며, 성령의 역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교회에서는 행정을 최소화하려 하거나, 심지어 “행정은 믿음이 약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성경은 그렇게 말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교회는 본질적으로 행정이 절대 필요한 생명 공동체다. 행정은 교회의 영성을 방해하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성령의 역사를 지켜 주는 도구이며, 교회를 교회답게 지속시키는 질서다.
1.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다음과 같이 권면했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린도전서 14:33)
또 그는 분명하게 말한다. “모든 것을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하라”(고린도전서 14:40)
이 말씀은 예배 순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회 공동체 전체, 곧 모임과 재정, 직분과 사역,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적용되는 원리다. 질서는 성령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가 혼란과 분열로 흐르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울타리가 교회행정이다.
교회가 행정을 무시할 때 나타나는 결과는 분명하다. 회의는 감정 싸움이 되고, 재정은 불신을 낳고, 직분은 사명이 아니라 권력이 된다. 결국 교회는 상처 입고, 성도들은 교회를 떠난다. 이는 성령이 약해서가 아니라,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2. 초대교회는 이미 ‘행정적’ 교회로 부흥하기 시작했다.
초대교회는 뜨거운 성령운동의 공동체였다. 동시에 놀라울 만큼 체계적인 행정을 갖춘 공동체이기도 했다. 사도행전 6장은 구제 문제로 공동체 안에 갈등이 생겼을 때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도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두고 접대를 일삼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사도행전 6:2)
그들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세웠고, 역할을 나누었으며, 공정한 기준을 마련했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왕성하여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의 수가 더 심히 많아지고 허다한 제사장의 무리도 이 도에 복종하니라”(사도행전 6:7)
초대교회는 행정이 세워지자 말씀의 역사가 더욱 강력해졌다. 이것이 성경적 교회행정의 본질이다. 행정은 목회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회가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돕는다.
3. 존 웨슬리는 교회부흥을 조직구조로 붙들었다.
존 웨슬리는 대각성운동의 중심 인물이었다. 그의 사역은 성령 체험과 회심, 성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나 웨슬리 부흥이 단순한 일시적 열풍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그의 탁월한 조직과 행정에 있다.
웨슬리는 클래스 모임, 밴드 모임, 속회, 연회 제도를 통해 성도들을 돌보았다. 이는 관료주의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신앙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한 목회적 장치였다. 웨슬리는 이렇게 말했다. “조직구조 없는 열정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그에게 행정은 영성을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라, 성령의 불을 안전하게 지키는 화로였다. 오늘날 교회가 배워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4. 행정은 ‘관리’가 아니라 ‘목회’다
교회행정을 오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을 ‘관리’로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적 관점에서 행정은 곧 ‘돌봄’이다. 재무 행정은 신뢰를 지키는 목회다. 회의 행정은 공동체의 목소리를 듣는 목회다. 직분 행정은 성도를 보호하는 목회다.
행정이 무너진 교회는 반드시 관계가 무너진다. 반대로 건강한 행정이 있는 교회는 상처 속에서도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교회를 키우는 법”보다 먼저 “교회를 살리는 법”을 배우고 또 말해야 한다.
5. 교회를 살리는 교회 행정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지금 성장의 시대를 지나 생존과 회복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분쟁, 고령화, 재정 압박, 신뢰 상실이라는 현실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자”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도와 함께,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질서가 절실하다. 행정은 교회를 세속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정이 없을 때 교회는 감정과 힘의 논리에 휘둘리며 더 세속화된다.
이 교회행정은 교회를 ‘통제’하는 행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회를 살리는 행정, 성령과 동행하는 질서, 말씀과 함께 숨 쉬는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교회는 행정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생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또 만물을 그 발 아래 복종하게 하시고 그를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주셨느니라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이니라”(에베소서 1:22~23)
양기성 교수(행정학 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