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 해롤드 로저스 대표 "책임 판단은 국회·규제당국 몫"

3300만 명 정보 유출 논란 속 보상안·조사 주체 두고 쿠팡과 정부 입장 엇갈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3300만 명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책임 문제에 대한 판단을 국회와 규제당국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마련된 보상안과 조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청문회에서는 쿠팡과 정부 측 설명이 엇갈리며 쟁점이 더욱 부각됐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관련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묻는 질의에 대해 “쿠팡은 규제 당국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며 “책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국회와 규제당국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 개인정보 유출 책임과 보상안에 대한 쿠팡의 설명

로저스 대표는 추가 보상안 발표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마련된 보상안 규모가 약 1조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보상안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쿠팡이 조건부 쿠폰 지급 방식의 보상안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미국 집단소송공정화법과 한국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 금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로저스 대표는 “미국법과 관련해서는 정확하지 않다”며 “해당 법은 집단소송에 관한 것이고, 쿠팡의 보상은 자발적으로 마련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조사 주체를 둘러싼 쿠팡과 정부의 상반된 입장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 결과가 책임을 은폐하거나 유출 사고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자체 조사라는 표현이 많지만,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한 달 이상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조사에 참여하며 소통했다”며 “포렌식 카피를 만들어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자와의 접촉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 중국에서 해당 인물을 만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에 대해 다른 설명을 내놨다. 배 부총리는 “범정부 태스크포스 차원에서 쿠팡의 자체 조사에 개입하거나 이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국정원은 증거물이 국내로 반입되는 과정에서 훼손이나 분실을 막기 위해 지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 인사관리 제도와 물류센터 사망 사고 질의

이날 청문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 외에도 쿠팡의 인사관리 제도와 노동 환경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는 4단계 인사평가제도와 관련해 하위 등급인 리스트 이펙티프(LE)를 받은 직원에게 적용되는 성과개선계획(PIP)이 사실상 퇴출을 전제로 한 제도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직원 성과 프로그램은 엄격한 한국 법령을 따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법령을 준수하겠다”고 답했다.

2020년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로저스 대표는 “모든 책임을 인정하며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며 공식 사과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당시 사과와 이후 유가족에 대한 사과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 과로사 의혹, 유가족 방청과 청문회장 논란

노동조합 등이 과로사로 지적한 30건의 사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해당 사안들을 살펴보겠다”며 “쿠팡은 노동자 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는 고 장덕준씨의 모친 박미숙씨와 지난해 11월 사망한 고 오승룡씨의 가족 오해리씨가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한편 질의에 앞서 로저스 대표의 동시통역기 사용 문제를 두고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로저스 대표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 통역사 사용을 요청했으나, 최 위원장은 동시통역기 착용을 요구했고, 이후 로저스 대표는 동시통역기를 착용한 채 청문회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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