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싱크탱크 “결혼율 하락... 저소득층 위해 성공회가 예식 비용 면제해야”

©Pixabay

영국 내 결혼율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런던에 본부를 둔 보수 성향 싱크탱크 사회정의센터(CSJ)가 저소득층 부부를 위해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가 결혼식 비용을 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SJ는 이를 통해 영국을 ‘가정 친화적·결혼 친화적 국가’로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CSJ는 지난 12월 발표한 59쪽 분량의 보고서 ‘잃어버린 소년들: 소년기(Lost Boys: Boyhood)’에서, 지역 교회에서 결혼하는 교인들에게 부과되는 행정·법률·예약 비용 약 900달러(650파운드)를 교회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조치가 결혼율이 특히 낮은 취약 지역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영국 성공회의 교회 결혼식 건수는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183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CSJ는 결혼 비용이 결혼이 가장 필요한 가정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재의 제도가 중산층에 유리하게 설계돼 저소득층에게 결혼이 사실상 ‘접근 불가능한 제도’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단순히 노년층의 혜택을 줄여 청년층에 이전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동 문제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 안정성의 붕괴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구조에 대한 연구는 결혼이 동거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재 영국에서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미혼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 가정에서는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양친과 함께 살지 않는 아동 비율이 중·상위 소득 가정보다 세 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CSJ는 결혼식 비용 면제 정책이 국고에 미치는 부담은 최대 4,300만 달러(3,200만 파운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저소득층의 실제 결혼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정적 장벽 제거가 결혼을 아동과 가정을 위한 안정 장치로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 성공회의 법정 결혼식 비용은 지역 교회에서 결혼할 경우 약 765달러(567파운드)로, 여기에는 성직자 비용, 교회 사용료, 조명, 결혼 공시(banns), 증명서 발급 및 행정비가 포함된다. 2025년 1월 기준으로는 총 734달러(544파운드)가 부과되며, 이 중 일부는 교구 교회위원회와 교구 재정위원회에 각각 배분된다. 난방, 음악, 꽃장식, 종 사용 등 추가 항목에 따라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CSJ 연구원 루크 테일러는 처치 타임스(Church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결혼을 지원하기 위해 더 빠르고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가족 결과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비부부들에게 사전에 사제와 상담해 비용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재정 지원 가능성을 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결혼식 이후 헌금은 관행적으로 이뤄지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번 보고서는 캐슬린 키어넌 박사의 ‘가족과 불평등’, 해리 벤슨의 ‘우리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등의 연구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958년에는 중등교육 수료 시점까지 친부모 모두와 함께 살지 않은 아동 비율이 10% 미만이었으나, 1970년에는 21%, 2000년대 초반에는 45%까지 증가했다.

CSJ는 두 부모가 함께하는 가정이 자녀를 지원하는 데 더 유리하다며, 결혼을 통한 가족 결속 강화를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 해체가 남아들의 학업 부진, 실업, 자살률 증가와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SJ는 결혼 장려 외에도 스크린 사용 시간 제한, 가족 허브 확대, 남아의 발달 특성에 맞춘 교육 개선 등 다양한 정책 제안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