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3 반군 공세로 8만 8천 명 넘은 콩고 난민 유입…부룬디 교회, 국제 지원 호소

국제
중동·아프리카
최승연 기자
press@cdaily.co.kr
동부 콩고 내전 격화 속 부룬디로 몰려든 대규모 난민, 국경 지역 감당 한계 도달
브룬디 오순절 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사진은 기사와 무관)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동부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벌어지고 있는 M23 반군의 무력 공세로 인해 수만 명의 민간인이 부룬디로 국경을 넘으며 인도적 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몇 주 사이 콩고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치안 붕괴로 인해 주민들의 대규모 탈출이 이어졌고, 부룬디 국경 지역은 이미 수용 능력을 크게 넘어선 상황에 놓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 이후 남키부(South Kivu)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투 격화로 8만 8천 명이 넘는 콩고 난민이 부룬디로 유입됐다. 이들은 대부분 아무런 준비 없이 국경을 넘었으며, 난민 수용소와 임시 거주지는 극심한 과밀 상태에 놓였다. 식량과 식수 부족, 긴 배급 대기 줄, 위생 환경 악화로 인한 전염병 확산이 난민과 현지 주민 모두에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략 요충지 우비라 함락 이후 위기 가속화…외교 합의도 즉각 흔들려

CDI는 이번 난민 위기는 M23 반군이 지난 10일 전략적 항구 도시 우비라(Uvira)를 장악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고 밝혔다. 우비라는 콩고 동부 지역의 물류와 이동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해당 도시의 함락은 대규모 민간인 탈출을 촉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국 국무부는 M23의 우비라 장악을 불과 며칠 전 체결된 ‘워싱턴 합의(Washington Accords)’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지역 정상들이 서명한 미국 중재 평화 협정으로, 콩고민주공화국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과 르완다 폴 카가메 대통령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합의는 체결 직후부터 사실상 이행에 차질을 빚었고, 현장에서는 무력 충돌이 멈추지 않았다.

부룬디 복음주의 교회들 “인도적 위기 넘어 도덕적·영적 위기”

부룬디 복음주의연맹(Alliance of Evangelicals in Burundi)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난민 문제나 인도적 위기로만 보지 않고 있다. 연맹 사무총장 에드먼드 가키자(Edmund Gakiza)는 현 상황이 교회 공동체 전체가 응답해야 할 도덕적·영적 위기라고 밝혔다.

가키자는 “이제 이 상황은 국가나 국제 구호 단체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공포와 탈진 상태로 도착하는 수많은 가정에게 교회가 사실상 첫 번째 접촉 지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한 몸’ 신학에 근거한 연대와 책임을 강조하며, 교회가 현장에서 맡고 있는 역할의 무게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전투와 외교적 긴장…미국, 합의 위반 공개 비판

국제사회의 외교적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부 콩고의 무력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12월 초 미국에서 열린 정상 회담에서 지역 지도자들은 워싱턴 합의에 서명했지만, M23 반군의 군사 행동은 협정 체결 직후부터 이를 무력화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르완다의 동부 콩고 내 행보가 합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르완다의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워싱턴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미국은 대통령에게 한 약속이 지켜지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워싱턴 내에서 해당 사태에 대한 불만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현장 교회들, 식량·담요·기초 의료 지원에 총력…그러나 역부족

CDI는 부룬디 전역의 교회들은 늘어나는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식사 제공, 담요 배포, 기초 의료 지원 등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력과 강제 이주가 장기화되면서 현지 교회의 대응 능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가키자는 “이번 위기는 오랜 기간 누적된 폭력과 불안정, 붕괴된 통치 구조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난 결과”라며 “교회들은 도착하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필요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고 말했다.

말라리아·콜레라·홍역 확산…여성과 아동, 심각한 트라우마 노출

난민 수용과 중간 거점 역할을 하는 은다바(Ndava), 무세니(Musenyi) 등지의 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현장 보고에 따르면 말라리아, 콜레라, 홍역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아동과 임산부를 포함한 취약 계층의 위험이 크다.

가키자는 현장 평가를 인용해 전체 난민의 약 83%가 심각한 정서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대다수는 여성과 아동으로, 갑작스러운 폭력과 탈출 과정에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국경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룬디 정부, 비상 대응 계획 가동…4개월간 3천3백만 달러 요청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하자 부룬디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종합 비상 대응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레오니다스 은다루자니예(Leonidas Ndaruzaniye) 내무장관은 향후 4개월간 약 9만 명의 신규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3천3백20만 달러 규모의 긴급 구호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콩고 공화국 정부는 국제기구와 협력해 플래시 어필(flash appeal)을 발령했으며, 동시에 보안 문제와 가툼바(Gatumba) 중간 수용소에서 발생한 콜레라 확산을 이유로 민가에 머물던 난민들을 정부 관리 하의 중간 거점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국경 수용소 환경 악화…국제 의료단체도 우려 표명

국경 지역의 의료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2월 2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은다바 수용소에서 진흙에 젖은 임시 텐트 안에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말라리아 검사 결과의 42%가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룬디 교회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와 세계 교회를 향해 기도와 연대, 그리고 실질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가키자는 “우리는 이 희생자들을 위해 전 세계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며, 실제적인 도움을 보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