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원내대표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아들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건이 여러 경찰서에 분산 접수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이 사건을 병합해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김 원내대표와 가족 관련 고발장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동작경찰서, 서초경찰서 등 복수의 일선 경찰서에 각각 접수돼 있다. 고발 내용이 서로 연관돼 있고 사안의 성격도 중대하다는 점에서, 서울경찰청이 수사를 총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김병기 원내대표의 대한항공 호텔 초대권 수수 의혹 등 여러 사건이 각 경찰서에서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서울경찰청으로 가져올지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먼저 제기된 것은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 초대권과 공항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은 이달 26일 접수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의혹은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이 지난해 10월 대한항공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문자 메시지에는 보좌진이 대한항공 측에 최고급 객실로 알려진 ‘로얄 스위트룸’ 2박 3일 예약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로얄 스위트룸의 평균 숙박비는 1박 기준 70만 원대 수준으로, 2박 이용 시 140만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제공 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등 항공업계 주요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인 만큼,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여부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도 경찰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전날 오전에는 김 원내대표 배우자가 과거 지역구 의회 부의장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이 서울 동작경찰서에 접수됐다.
고발인은 관련 언론 보도를 근거로 온라인을 통해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 측은 해당 사안이 과거 수사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고발인 측은 전직 보좌진의 재반박과 함께 새롭게 공개된 자료가 있다며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의혹이 다시 수사 대상에 오를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김 원내대표와 배우자, 과거 동작구의회 부의장을 지낸 인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세행은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의 아들도 경찰에 고발된 사실이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근무 중인 김 원내대표의 아들과 관련된 고발장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장에는 김 씨가 국정원에 근무하면서 김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일했던 전직 보좌진에게 연락해 해외 정상급 귀빈의 국내 기업 방문 가능성을 언급하고, 해당 기업의 입장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전직 보좌진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건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해당 보좌진은 이달 24일 김 원내대표가 불법적으로 입수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