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훈 목사 1주기… “평생 복음 앞에서 정직하게 살아온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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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안산제일교회에서 추모예배 거행
故 고훈 원로 목사 영정사진. ©기독일보 DB

안산제일교회(담임 허요환 목사)가 2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교회 본당에서 고훈(1946~2024) 원로목사 1주기 추모예식을 거행했다. 이날 예식에는 유가족과 성도, 동료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고훈 목사의 목회 여정과 신앙의 유산을 되새기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추모예식은 허요환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으며, 황수인 원로장로가 대표기도를 맡았다. 말씀은 김운용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이 전했다. 예배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고훈 목사의 삶과 사역을 기억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김운용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안산제일교회 영상 캡처

‘오늘은 여기에 그대들이 깃발을 세워야 하리’(딤후 4:6~8)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김운용 목사는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쉽게 잊고 망각 속에 살아가게 된다”며 정호승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며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으며,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고백처럼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어 “고훈 목사의 사랑과 말씀, 그리고 그의 신앙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다시 그 기억을 불러내고,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모였다”며 추모예식은 단순한 기억의 자리가 아니라, 신앙의 유산을 다시 붙드는 자리라는 의미를 전했다.

김 목사는 고훈 목사가 소천하기 약 2주 전 병상에서 만났던 개인적인 기억도 전했다. 그는 “당시 고훈 목사가 ‘어려운 때에 수고 많이 했으니 힘내라’고 말해주었다며, 그 한마디가 자신과 아내에게 깊은 위로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예배를 드리며 ‘내일 일은 난 몰라요’라는 찬양을 함께 불렀고, 고훈 목사는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말로 ‘무엇을 하든지 똑바로 하라’는 당부를 남겼다”며 “이 말씀이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평생을 복음 앞에서 정직하게 살아온 한 목회자의 삶의 고백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본문은 죽음을 앞둔 사도 바울이 젊은 사역자 디모데와 디도에게 남긴 유언과 같은 말씀”이라며 초대교회 시대를 언급하며 “목숨을 걸지 않으면 교회를 세울 수 없었던 시대였다. 비행기조차 없던 시절, 사도는 소아시아 일대를 다니며 위험을 무릅쓰고 복음을 전했고, 오직 복음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그 길을 걸었다”고 했다.

이어 “고훈 목사 역시 이 사도의 권면을 받은 사람처럼 힘든 사역의 길을 끝까지 달렸다”며 “그리고 이제는 후배들을 향해 ‘이제는 그대들이 이어받으라’고 권면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도 바울이 ‘어서 속히 내게 오라’고 말했던 것처럼, 고훈 목사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후배들을 세우기 위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고훈 목사가 병상에서 직접 시를 써 모은 시집 「하나님의 사람아」를 한 가정 한 가정 손수 전해주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 시집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구절로 ‘우는 자 곁에서 눈물이 되고, 기뻐하는 자 곁에서 웃음이 돼라… 뼈가 부서져도 주님을 놓지 말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김 목사는 “이 시가 마지막 호흡이 끊어져 가는 순간에도 가족과 자녀, 성도들에게 남긴 고훈 목사의 마지막 외침과 같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외침은 고훈 목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고훈 목사의 삶을 ‘겨울새’에 비유했다. 그는 “고훈 목사가 자신은 춥고 가난하고 아팠으면서도 언제나 성도와 교회,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걱정했던 목회자였다”고 회고하며 “그래서 말씀과 믿음으로 사람들을 깨우는 사명을 감당했고, 겨울새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했다”고 했다.

이어 저서 「오늘은 우리가 여기에 깃발을 세우자」의 한 대목을 낭독했다. 해당 글에는 ‘겨울새처럼 가난하고 힘들고 추웠지만 안산 땅에 깃발을 세우기 위해 평생 몸부림쳤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이기에 물러설 수도 포기할 수도 없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 ‘폐병 4기와 말기 암조차도 복음의 깃발을 내려놓게 하지 못했다’는 고백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끝으로 김 목사는 “이 글이 고훈 목사가 후배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와 같다”며 “이 말씀을 듣고 모두가 다시 각자의 삶과 사명의 자리로 달려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서 김수련 청년이 故 고훈 목사님이 집필한 시 중에서 ‘그날 같은 하루를 날마다 살고 싶다’를 낭송했고, 예배는 찬양 ‘하늘 소망’을 다함께 부르고, 캐나다 토론토 동산교회 안상호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한편, 고훈 목사는 1978년 안산제일교회 전도사로 부임하며 안산 지역 목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1980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경기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평생 안산 지역을 섬기며 목회에 헌신했다. 2016년 12월 원로목사로 추대될 때까지 교회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했다.

생전에는 예장통합 서울서남노회장과 안산시기독교연합회장을 역임하는 등 교단과 지역 기독교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목회자이자 문학가였던 그는 1990년 ‘문학과 의식’ 겨울호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국민일보 ‘겨자씨’ 필진으로도 활동했다. 광나루문학상, 안산시 문화상, 기독교문화대상 문학부문 등을 수상하며 신앙 고백과 문학성을 겸비한 문인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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