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간의 실수를 어떻게 다루시는가? (창세기 12:10-20절)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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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목사(대림다문화센터 대표)
대림다문화선교센터 대표 이선규 목사

아브라함은 믿음의 선조로서 갈대아 우르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자신의 고향을 떠나 가족과 함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 사건은 단순한 이주나 결단을 넘어,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믿음의 깊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인간적인 계산이나 안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해 삶의 방향을 전적으로 맡긴 선택이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사도행전 10장 15절은 각 나라 가운데서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을 하나님께서 받으신다고 증언한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역을 위해 사람을 택하여 부르시며, 그 부르심은 인간의 믿음과 순종이라는 응답을 통해 역사 속에서 실현된다.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백성과 땅은 단순한 개인적 복이 아니라, 구속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약속이었다.

◈하나님의 계획과 아브라함의 위치

하나님은 태초에 당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시고, 당신이 임재하실 땅을 마련하셨다. 그러나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 혈통 안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룰 사람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하나님은 다시금 당신이 거하실 땅과 그 뜻을 이어갈 사람을 부르시며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셨다. 그 땅이 가나안이며, 그 백성의 조상이 바로 아브라함이다.

이는 에덴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가나안으로 이어지고, 아담을 대신해 아브라함을 통해 새로운 구속의 역사가 전개되었음을 의미한다. 아브라함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과 계획이 집중된 인물이었다.

◈기근과 애굽: 믿음의 시험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통해 이루고자 하신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애굽에 내려가게 된 아브라함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아브라함은 생존의 문제 앞에서 애굽으로 향하게 된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그에게 여러 가지 고민과 두려움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특히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로 인해 불안을 느꼈다. 애굽에 들어갈 당시 사라는 약 65세였으나, 여전히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브라함은 애굽 사람들이 사라를 탐내어 자신을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인간적인 계산을 하게 된다.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순종의 길을 걷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현실적 고난과 두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

◈고난의 의미: 하나님의 훈련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왜 하나님의 자녀에게 고난이 오는가 하는 문제이다. 성경은 고난을 하나의 과정으로 제시한다. 고난은 하나님의 훈련이며, 믿음을 연단하는 도구이다. 타락한 인간의 마음은 시험 없이는 다듬어지지 않으며, 믿음 또한 시련을 통과할 때 성장하게 된다.

가나안을 떠나 애굽으로 내려간 결정이 아브라함의 첫 번째 탈선이었다면, 사라를 누이라고 속인 행위는 믿음의 또 다른 탈선이었다. 하나님은 믿음의 가정을 세우기를 원하셨으나, 아브라함은 순간적인 두려움 앞에서 그 길을 벗어나고 말았다. 인간의 실패에는 마땅한 징계가 따르는 것이 마땅해 보이지만, 이 사건에서 그 채찍은 아브라함이 아니라 바로와 그의 집에 내려졌다.

하나님께 부름받은 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과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게 된다. 신명기 8장 2절은 하나님께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이유가 사람을 낮추시고 시험하사 마음의 상태와 순종 여부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또한 야고보서 1장 1절에서 4절은 여러 시험을 통해 인내가 이루어지고, 그 인내가 사람을 온전하게 만든다고 증언한다.

◈아브라함의 선택과 인간적 한계

아브라함은 아내와 상의하여 사라를 누이라 부르기로 합의했다. 당시 근동 사회에서는 근친혼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브라함은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이용해 애굽 사람들을 속이려는 계획을 세웠다. 애굽 왕 바로는 사라의 미모에 이끌려 그녀를 왕궁으로 데려왔고, 그 결과 아브라함은 후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여호와 하나님은 바로와 그의 집에 큰 재앙을 내리셨다. 결국 바로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아브라함을 책망하고,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를 지닌 채 애굽을 떠나게 했다. 사라는 아브라함의 이복 누이이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의 아내였다. 따라서 아내를 누이라고 한 말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속임이었으며, 이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인간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브라함은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했을 뿐, 아내가 감당해야 할 위험과 고통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는 믿음의 사람다운 모습이라기보다 연약한 인간의 모습에 가까웠다.

◈하나님의 은혜와 약속의 신실하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그의 실패 가운데 버려두지 않으셨다. 아브라함에게 내려져야 할 징계가 오히려 바로에게 임한 것은,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 된 이유가 그의 인간적인 완전함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님은 무너진 상황 속에서도 당신의 약속을 붙드시며, 하나님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신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사람들을 열거하며 아브라함을 승리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이는 그의 실패를 부정하거나 숨기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연약함 위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신실하심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결론: 실패 속에서도 이어지는 하나님의 역사

본문은 아브라함의 믿음과 더불어 그의 연약함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는 믿음으로 하란을 떠났지만,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하나님의 약속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애굽으로 향하며 실수의 흔적을 남겼다.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는 아브라함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연약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실수에 대한 기록은 단순히 허물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가 어떤 고난과 위험 속에서도 하나님의 보호 아래 살아가며, 결국 하나님의 약속이 신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아브라함 가정에 임한 은혜가 얼마나 크고 풍성한지를 깨닫게 되며, 인간의 실패보다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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