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본다이 비치 유대인 행사 총격 참사… 부자 관계 용의자 드러나며 테러 수사 확대

하누카 행사 앞두고 발생한 대규모 총기 난사로 어린이 포함 최소 16명 사망·40명 부상, 시민 제압 장면 확산 속 호주 사회 충격
한 용감한 시민이 테러범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 ©현지 영상 캡처

호주 시드니의 대표적 해변인 본다이 비치에서 유대인 행사를 앞두고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호주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조직적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과 B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시드니 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본다이 비치 일대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해변에서는 유대인 기념일인 하누카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고, 행사 준비로 인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다수 모여 있던 상황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오후 5시를 전후해 해변 일대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연이어 울렸고, 현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총성은 약 10분간 이어졌으며,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져 대피했다. 한 목격자는 “최소 10명 이상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 곳곳에 피가 흥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총성과 경찰 사이렌이 끊임없이 울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모습과 경찰 및 구조대가 현장에서 부상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일부 영상에는 다리 위에서 해변을 향해 총기를 겨누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의 모습도 포착돼 사건의 긴박함을 그대로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경찰관 2명을 포함한 4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총격 용의자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 시민이 총격범 제압…현장 영상 빠르게 확산

극도의 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한 시민이 총격범을 제압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에는 산탄총으로 보이는 장총을 발사하던 총격범을, 흰색 반팔 차림의 남성이 주차된 차량 뒤에서 지켜보다가 방심한 순간을 노려 기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은 총격범의 뒤에서 헤드록을 걸며 몸싸움을 벌였고, 약 5초간의 격투 끝에 총기를 빼앗아 용의자를 무장 해제했다. 무기를 빼앗긴 용의자는 당황한 채 현장을 벗어났으며, 이 시민은 총을 발사하지 않고 손을 들어 경찰에 상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장면은 위기 속에서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으며 현지와 국제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부자 관계로 확인된 용의자…추가 공범은 없어

호주 경찰은 15일 이번 사건의 총격 용의자 2명이 부자 관계라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50세의 아버지와 24세의 아들로 확인됐으며, 현재로서는 제3의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용의자 중 한 명은 사건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은 상태로 체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과 범행을 저지르게 된 직접적인 동기, 사전 계획 여부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용의자 중 한 명의 이름은 나비드 아크람으로 알려졌으며, 호주 경찰은 사건 이후 시드니 교외에 위치한 그의 자택을 급습해 관련 자료와 증거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또한 범행 현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사제 폭발물을 발견하고 제거 요원들을 투입해 이를 안전하게 해체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추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본다이 비치 일대와 주요 공공시설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 총리 “유대인 공동체 겨냥한 중대한 범죄”…전면 대응 천명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유대인 공동체를 고의로 겨냥한 중대한 범죄”라며 “경찰과 응급 구조대가 현장에서 인명 구조와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고, 국민과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다이 비치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가운데 하나로, 평소에도 서퍼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이러한 상징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은 호주 전역에 깊은 충격과 불안을 안기고 있다.

호주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유대인 시설과 주요 공공장소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수사 진전 상황과 추가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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